극한 폭염·폭우 이제 '뉴 노멀'…기후 마지노선 '1.5도' 붕괴 상태 고착화
"파리협정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못 지켜…시점 앞당겨져"
기존 예측 틀 깨진 온난화…"이산화탄소 외 예외적 요인 확인 필요" 의견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2025년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 폭은 '역대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악'으로 기록된 2024년의 고온 추세가 되돌려지지 않은 채 공고해졌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두 해 우연히 '기후 마지노선'으로 불려 온 1.5도를 넘긴 것이 아니라, 이 초과 상태가 새로운 평균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문제의식이 모인다. 한국 사회의 안전과 경제, 환경 전반이 이 변화를 전제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와 세계기상기구(WMO), 버클리 어스 등 국제 연구기관은 2025년 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4~1.47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단일 연도로 보면 2024년보다는 낮았지만, 최근 3년이 모두 관측 이래 최상위권인 1~3위를 차지하며, 고온 상태가 구조적으로 굳어졌다는 점을 공통으로 짚었다.
전 지구 평균 수치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지역별 체감 위험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고온과 해양 고수온, 극한 강수가 동시에 나타났고, 이는 단순한 자연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라는 기본 요인 위에, 대기질 개선에 따른 에어로졸 감소가 태양복사 차단 효과를 약화하며 지역 온난화를 증폭했을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국 교수는 "기후과학적 복합 요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의 폭염·홍수·태풍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기후 메커니즘에 대한 정밀 진단이 재해 대응과 적응 전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아시아의 빠른 온난화 속도가 한국 사회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인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는 최근 수년의 고온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추세로 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온 상승이 폭염과 열대야 증가에 그치지 않고, 전력 수요 급증과 취약계층의 건강 위험, 강수 패턴 변화까지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이제 폭염·가뭄·집중호우·산불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 기후 재난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험이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당부다.
최근 3년간의 급격한 온난화 자체가 기존 예측 틀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버클리 어스 분석을 근거로, 최근 기온 상승 속도가 과거의 선형적 증가 패턴을 벗어났을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이산화탄소 증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매우 예외적인 기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졸 변화와 해양 상태, 구름과 복사 균형 등 다른 요인들의 역할을 함께 검증하지 않으면 향후 온난화 규모와 위험을 정확히 전망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다.
앞서 ECMWF C3S 관계자들도 언론인 콘퍼런스에서 유사한 지적을 한 바 있다. 플로리안 파펜베르거 ECMWF 국장은 "파리협정은 단일 연도가 아니라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하지만, 3년 평균이 1.5도를 넘은 것은 한계선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분명한 경고"라고 짚었다.
온실가스 감축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현실도 직접적인 원인으로 언급됐다. 사만다 버지스 ECMWF 기후전략 총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파리협정 당시 기대했던 수준으로 줄지 않았다. 그 결과 1.5도 도달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총괄은 "이제는 일정 수준의 1.5도 초과를 피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앞으로는 초과 폭과 지속 기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사회와 생태계 피해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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