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없인 재생E 없다…9.6조 송전 투자로 서해안 39GW 고속도로 뚫는다

한전, 송·변전 올해 9.6조 투자…HVDC 개통해 39GW 수용
발전량 예측 고도화로 재생E 불안정성 흡수…해외사업도 확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아파트 단지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가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발전을 하고 있다. 2025.11.1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은 발전 설비가 아니라 전력망이라는 인식이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의 주요 시책이다. 한국전력은 송·변전 투자비를 2026년 9조 6000억 원으로 늘리고, 서해안 초고압 직류 송전(HVDC) 등 에너지 고속도로를 앞당겨 재생에너지 수용 용량을 호남권 기준 12GW에서 39GW로 확대한다. '탈석탄' 추진으로 통폐합 등 조직개편을 코앞에 둔 발전·거래·ICT 공기업들은 분산 에너지·에너지 저장 체계(ESS)·가상발전소(VPP) 확산, 석탄 폐지 지역 전환을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13일 기후부는 전날(12일) 진행된 에너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정책방향을 공유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전력망 확충과 계통 운영 개편을 정책 우선순위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2026년 9.6조원, 2028년 11조원…송·변전 투자 확대로 서해안 E고속도로 속도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비해 전력망 확충이 지연돼 왔다는 문제 인식 아래, 투자 방향을 발전 설비 중심에서 계통 중심으로 전환했다. 송·변전·배전 투자비는 2024년 8조 3000억 원, 2025년 8조 9000억 원에서 2026년 9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나며, 2028년에는 11조 원 수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핵심 사업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로 불리는 HVDC 구축이다. 이를 통해 현재 상업 운전 중인 호남권 재생에너지 12GW에 더해, 2030년까지 허가를 마친 27GW를 추가로 계통에 연계해 총 39GW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재생에너지 포화 문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출력제어 빈도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 대응으로 제시됐다.

실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낮 시간대에 집중되고 있으며, 출력제어가 발생할 경우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생산하고도 판매하지 못하는 구조에 놓인다. 전력망 확충 없이는 설비가 늘수록 출력제어 규모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출력제어 상시 대응…발전예측 고도화로 재생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부하 시간대 공급 과잉, 원전과 같은 경직성 전원의 존재, 계통 혼잡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출력제어 규모가 매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고도화, 출력제어 기준 정비, ESS 활용 확대, 시장 원리에 기반한 경제성 중심 출력제어 체계 도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불안정을 운영 단계에서 흡수하겠다는 방향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백업 전원 확보도 병행된다. 봉화 양수발전(500MW)은 보령 석탄발전 4호기 대체를 전제로 2029년부터 2036년까지 추진되며, 구례 양수발전(500MW)은 2034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9.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석탄 폐지' 발전사,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개선 중

발전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는 모두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목표 용량은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40년을 기준으로 수십 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확보를 공통으로 설정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공공 주도의 대규모 사업이 추진된다. 전남 해남 염해 간척지를 활용한 400MW급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고, 산업단지 지붕을 활용한 80MW 규모 태양광 사업을 병행해 2030년까지 기업 유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은 선행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적 확장이 예고됐다. 완도 금일 해상풍력 600MW는 2026년 착공, 신안 해상풍력 300MW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며, 인천 해역에서는 2040MW 규모 대형 해상풍력 단지가 2029년 착공될 예정이다.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관련 산업 유치, 인력 전환 교육과 재배치가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이는 탈석탄이 발전원 교체에 그치지 않고, 공기업 조직과 지역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제로 한 대응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지역 상생 모델도 함께 추진된다. 발전 공기업들은 개발 단계부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수용성을 높이고, 2040년까지 연 3800억원 규모의 '햇빛·바람소득'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약 14만명이 혜택을 받게 되며, 2인 가구 기준 월평균 45만원 수준의 추가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천포 석탄발전소 부지를 활용해 해상풍력 배후단지를 조성하고, 동북아 수소 매매 허브 구축과 연계한 수소 전소 발전 3GW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한전KDN 등 에너지 분야 산하기관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분산 에너지·ESS·VPP 기반 전력 시스템 보완

한전KDN과 전력거래소는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산 에너지, ESS, VPP 확산을 제시했다. 전남·제주·부산 등 분산 에너지 특화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지역 단위에서 통합 관리하는 실증 사업이 추진된다.

해상풍력과 태양광을 합쳐 약 4.2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한다. 이 가운데 태양광은 RE100 수요 확대에 대응해 산업단지 지붕과 수상 태양광을 중심으로 352MW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SS 중앙계약시장 확대와 VPP 활성화는 출력제어 완화와 피크 수요 대응을 동시에 고려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장거리 송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계통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한 보완적 전략이다.

해외 재생에너지 사업도 확대한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 100MW, 퀸즐랜드주 97MW 태양광 사업이 각각 2026년부터 추진되며, 중동에서는 오만 알 카밀 지역 500MW 태양광 발전 사업을 이브리33 프로젝트와 연계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