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테이크아웃 시 컵값 200원 '따로'…빨대는 요청할 때만(종합)
李대통령 "매장반납 위해 기계까지…기존 방식 탁상행정" 지적
보증금제 시행지역은 '컵값 환불 가능'…형평성 논란 낳을 듯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앞으로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 구매(테이크아웃)할 때는 컵당 200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붙을 전망이다. 빨대는 원칙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필요할 때 요청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가 '컵 따로 계산제'를 전국 공통 제도로 추진하는 한편,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부담과 지역 간 형평성을 둘러싼 정책 혼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탈(脫)플라스틱 대책으로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일회용컵 정책을 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논란이 반복됐다"며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을 줬고 현장에서 정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컵을 가져갔다가 쓰고 다시 갖고 오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구조였지만, 매장에 반납하거나 이를 위한 기계를 설치해야 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병 같은 재사용 용기와 달리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에 그대로 적용한 건 약간 탁상행정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새로 제시한 대안은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다. 매장 안에서는 다회용 컵을 쓰고, 매장 밖으로 가져갈 때 일회용컵을 선택하면 컵값을 음료 가격과 분리해 받는 방식이다. 김 장관은 "컵을 쓸지 말지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제도는 의무화하되, 컵 가격은 점주나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최소 기준은 필요하고, 생산 단가 이상은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컵값을 100~2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빨대 정책도 함께 손질된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자 종이빨대가 대안처럼 확산했지만, 물에 약해 특수 코팅이 필요하고 환경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며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매장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요청 시에만 한정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컵 가격 지불제 시행 시기는 2027년 전후로 전망된다.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카페들도 컵 가격 지불제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은 2026년 초 확정될 계획이다.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와의 관계를 둘러싼 혼선 가능성에 대해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컵 보증금제는 완전 폐지가 아니라, 지자체가 원할 경우 조례로 자율 시행하는 제도로 남긴다"며 "현재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 중이고, 제주처럼 지속 의지가 있는 지역에는 무인회수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어 "보증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전국 공통으로 도입하는 것이 컵 유상 판매, 즉 무상 제공 금지와 '컵 따로 계산제'"라며 "앞으로는 영수증에 별도의 컵 가격을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 종이컵·플라스틱컵 원가는 50~100원, 가맹본사가 점주에게 공급하는 가격은 100~2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전체 가격을 조사해 정부가 최소한의 컵 가격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시행 시기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정한다는 방침이다.
보증금제 지역과의 병행 여부에 대해서는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지역에서는 컵 따로 계산제를 함께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구조이고, 유상 판매는 소비자가 컵을 사는 개념"이라며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컵을 쓰지 않은 만큼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는 구조로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발생하는 플라스틱컵에 대해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해 프랜차이즈 본사 등 생산·판매 주체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도록 전환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제도 설계를 둘러싼 논란 가능성이 남는다. 보증금제를 유지하는 지역에서는 컵값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컵값이 그대로 소비자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증금제와 컵 유상 판매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나 지자체 선택을 둘러싼 정책 유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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