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 고온·다우, 11월 기록적 건조…가을 기후 양극화 '뚜렷'

가을철 기후 분석… 기온 평년보다 2도↑, 강수일수 '최다'
시간당 100㎜ '가을 폭우'도…바다는 역대급 고온

2017.12.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가을 우리나라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높고 비는 9∼10월에 집중됐지만 11월에는 이례적으로 건조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가을철 평균기온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역대 2위, 강수일수는 40년 만에 가장 많았다.

4일 기상청 '가을철(9~11월) 분석'에 따르면 전국 평균기온은 16.1도로 평년보다 2.0도 높았다. 1973년 이후 53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값으로, 1위였던 지난해(2024년) 가을에 이어 2년 연속 '더운 가을'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9월 평균기온은 23.0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아 역대 2위를, 10월 평균기온은 16.6도로 평년보다 2.3도 높은 역대 1위를 각각 기록했다. 11월 평균기온은 8.5도로 평년보다 0.9도 높았다.

9~10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서쪽으로 확장해 우리나라 남쪽에 머물렀다. 이 고기압 가장자리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고온과 높은 습도가 유지됐다. 여기에 북서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상층 기압골이 자주 통과해 비 구름대를 자주 만들었다. 서귀포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10월 13일)가 나타났다. 올해 여름철부터 누적된 연간 열대야 일수는 79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0월 28~29일에는 일시적으로 대륙고기압이 강해지며 찬 공기가 남하해 서울·대구 등 중부 내륙과 경북 북부에서 첫서리·첫얼음이 지난해보다 9~10일 빠르게 관측되기도 했다.

가을철 전국 강수일수는 34.3일로 평년(22.6일)보다 11.7일 많아 1985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강수량은 425.2㎜로 평년(266.1㎜)의 163.2% 수준, 역대 5위였다. 비가 자주 내리고, 내릴 때는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패턴이 두드러진 셈이다.

9월 6일 밤부터 7일 새벽 사이 전북 군산에는 152.2㎜, 서천에는 137.0㎜가 쏟아지는 등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좁은 구역에 몰렸다. 10월에는 저기압이 지나간 뒤 동풍이 강화되면서 강원 영동에 비가 길게 이어져, 강릉의 경우 10월 3일부터 24일까지 22일 연속 비가 내려 관측 이래 최장 강수 지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11월에는 기압계가 완전히 달라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이동성고기압 영향이 우세해지면서 맑고 건조한 날이 많았다.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4.9일로 평년(7.4일)보다 2.5일 적었고, 강수량은 20.2㎜로 평년(48.0㎜)의 42.5%에 그쳐 '하위 10위' 수준의 적은 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건조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공기가 메말랐다. 기온도 상·하순에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 18∼19일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경기 동부·강원 내륙·충북·경북 북부에서 아침 기온이 -10~-5도까지 떨어져 올가을 들어 가장 강한 한기를 보였다.

바다는 전체적으로 평년보다 따뜻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가을철 해수면 온도는 평균 22.7도로 최근 10년 가운데 지난해(23.5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서해는 21.2도, 동해는 21.8도로 각각 최근 10년 평균보다 1.4도, 0.2도 높았고, 남해는 25.0도로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여름부터 이어진 고수온이 가을까지 유지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강화와 대기 불안정을 부추겨 고온·다우(多雨) 패턴을 보였다.

북한 역시 더운 가을과 많은 비의 패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가을 북한 평균기온은 12.1도로 평년(10.6±0.3도)을 웃돌았고, 강수량은 286.4㎜로 평년 범위(140.4~184.8㎜)를 크게 넘어섰다. 한반도 전역이 고온·다우 경향 속에 있다가 11월 들어 함께 건조해진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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