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고양이·거북이, 대구에 모인다…브레멘음악대 외친 기후정의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대구 동성로에서 공연·퍼포먼스로 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 요구
광화문에선 전국 행사…李정부에 기후 헌법소원 의무 수용 촉구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대구 기후행동예술프로젝트 '브레멘 음악대' ⓒ 뉴스1

(대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대구 중심가인 2·28 기념 중앙공원, 햇살을 받은 광장에 동물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두툼한 흰 털을 흉내 낸 북극곰 가면, 주황빛 고양이 얼굴, 알록달록 깃발을 등에 단 거북이까지. 모두 시민들이 직접 오려 붙이고 색칠한 가면이다. 눈구멍 사이로는 땀이 맺히지만, 참가자들은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행렬을 시작한다.

이들이 펼친 장면은 동화 속 합주 같다. 북극곰은 멜로디언을 불고, 코끼리는 기타를 치며 곁을 지킨다. 빨간 볏이 선명한 닭은 팔을 활짝 벌려 몸을 흔들고, 고양이는 한쪽 다리를 들어 춤을 춘다. 거북이는 무릎을 꿇고 젬베를 두드리며 리듬을 이끌었다. 노을빛이 드리운 무대 같았던 이 합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이에게 해방을!'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기후 퍼포먼스다.

이들 '브레멘 음악대'의 무대는 오는 6일 대구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명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장)에 따르면, 대구 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 말구, 기후정의 대구'는 대구에서 조직위원회가 주도해 열리는 첫 지역행사다.

고전 우화를 변주한 브레멘 음악대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동식물과 지구 공동체 모두가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이야기를 시민참여형 퍼레이드로 표현한다

올해 대구행진은 △기후불평등 해소와 탈핵·탈석탄 △공공 중심 재생에너지 전환 △정의로운 노동 전환 △난개발 중단·지역 생태계 보전 △시민 참여 정책마련 △기후·생명 교육 지원 등 6가지 요구안을 세웠다.

대구 주요 지천인 금호강과 팔현습지, 낙동강의 보를 둘러싼 현안까지 포함해 지역의 기후·생태 문제와 연결된 요구들이 전면에 올랐다.

대구 행진 약 3주 뒤인 9월 2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전국적인 기후정의 행진이 열린다. 주최 측은 "이재명 정부는 2025년 하반기까지 UN에 제출할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적 책임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018년 대비 7.6% 감축에 그친 현실로는 2030년 40% 감축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후 헌법소원 판결에서 제시된 장기 감축 경로 마련 의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상태다.

대구에서 울린 동물들의 합창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다. 북극곰과 고양이, 거북이가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보여준 장면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존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몸으로 드러냈다. 예술과 정치가 결합한 거리의 노래는 기후위기 앞에 우리가 함께해야 할 '새로운 합주'를 예고하고 있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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