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발하슈호 '사막화 위기'…베를린에 선 예술투사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과잉 취수·원전 조성에 세계 15위권 호수 소멸 기로
아트컴 플랫폼, 호수 위기 기록…기후대응, 속도전 필요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제13회 베를린 비엔날레에 전시 중인 카자흐스탄 예술가들의 '발하슈 지리' ⓒ 뉴스1

(알마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발하슈호(Lake Balkhash)는 낫처럼 휘어진 거대한 내륙호수다. 면적으로만 보면 세계 15위, 유라시아 대륙 한복판에 자리한 이 호수는 오래전부터 카자흐스탄 남동부와 주변 지역의 어업과 농업, 산업을 뒷받침해 온 자원이다.

하지만 지금, 이 호수는 말라가고 있다. 산업 개발에 따른 과잉 취수와 기후변화에 더해, 최근엔 원자력 발전소 부지가 호숫가에 조성되기로 하면서 수량과 생태계가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한 세기 전 아랄해가 사막으로 바뀌었듯, 발하슈호도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이 호수를 기록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알마티 등에서 활동하는 1987~1998년생 여성 예술가·연구자로 구성된 '아트컴 플랫폼'(Artcom Platform)은 2020년부터 발하슈호의 위기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비디오 에세이 '발하슈 지리'(Balkhash Zhyry)는 올해 제13회 독일 베를린 비엔날레에서 발표됐다. 베를린 구(舊) 법원 건물에 설치된 이 작품은 발하슈호의 생태·사회·정체성 위기를 예술 언어로 증언한다.

영상과 시, 사료(史料) 전시를 통해 발하슈호를 재구성한 게 특징이다.

갈대를 엮어 만든 전시 구조물이 눈길을 끄는데, 유목민 공동체의 전통 기법을 활용했다. 호수 인근에서 말을 타고 가는 시점을 재현한 영상 작품도 있다.

이들 작품의 미학적 기반에는 카자흐 전통 철학인 '카자클리크'(Qazaqliq)가 있다. 중앙집권적 권력과 제도, 식민 질서에서 광복해 이동의 자유와 각 개인의 자율성, 땅과의 공존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다.

아울러 발하슈 지리는 환경 고발이나 경각심과 더불어 '돌봄'(care)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 발전에 따라 사라지는 생태를 단순한 복원 대상이 아닌 '기억하고 책임져야 할 존재'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산유국 카자흐스탄도 나름의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CCUS 허브 구축,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2060년이 되기 전에 발하슈호가 지금보다 더 많이 말라버릴 수도 있다. '기후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전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를 넘어선데다, 2060년 탄소중립 목표는 너무 느슨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빠르게 사라져가는 자연을 기록하고 지키려는 이들의 예술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저항 운동'으로 여겨진다. 마치 기후위기라는 큰 억압에 맞서는 독립운동처럼 말이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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