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내년 충청·강원에도…천적 없지만 OO가 포식 가능성"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익충으로 분류되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향후 해충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활동 반경도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주일 강원대 생물자원과학부 교수는 21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민생활안전종합지원단이 개최한 설명회에서"최근 발생 양상을 보면 해충으로 간주할 여지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생활안전종합지원단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운영 중이다.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했다.

러브버그는 학명처럼 파리목에 속하며, 모기와도 진화적으로 가까운 곤충이다. 국내에는 원래 우단털파리 속 곤충이 3종이었지만, 러브버그 유입으로 4종이 됐다.

중국과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에 서식하던 러브버그는 2015년 인천 항만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 정착을 시작해 2022년부터 대량 발생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그간 '익충'으로 분류된 것은 토양과 꽃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유충 단계에서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가루 매개에 기여해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학계와 행정당국 등에서 익충으로 본 까닭은 전염병을 옮기는 등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해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명확한 피해가 없더라도 사람에게 불쾌감이나 불결함, 혐오감을 주는 곤충은 유행성 불쾌곤충, 즉 '뉴슨스'(Nuisance)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러브버그는 군집 형태로 출몰해 불결한 인상을 주고, 차량 전면에 들러붙거나 실내로 유입되는 등 생활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 인식은 점점 해충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방제 방법으로는 대규모 살충제 사용보다는 제한적 대응이 권고된다. 김 교수는 "살충제 저항성과 관련된 효소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다"며 "당장 급하면 시중의 모기약을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물을 뿌려 방제할 경우 죽은 개체에서 알이 부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모기처럼 기피제도 효과가 있으며, 물리적으로 막거나 유입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러브버그를 포식하는 천적이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거미류를 언급했다. 거미는 러브버그의 맛과 관계없이 거미줄로 곤충을 포획해 체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포식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기존 우단털파리 3종에 대한 천적이 바로 러브버그에 적용되진 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종이 다르기 때문에 천적의 역할을 못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태계에 적응해 포식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내년에 러브버그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 중인데, 충청권이나 경기·강원권으로도 더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올해 성충들이 얼마만큼 퍼져나가서 알을 얼마나 낳았고, 부화는 얼마나 성공하고, 또 겨울에 (유충들이) 얼마나 생존할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