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호종 가창오리, 천안서 수만마리 첫 발견…기후변화 때문?
대규모 철새떼 처음 목격돼…주요 월동지보다 내륙으로 이동
주요 월동지 개체수는 감소…"먹이량 감소·태양광 패널 영향"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6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았지만, 철새가 머물다 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통 금강 쪽을 통해서 이동하는데, 보다 충남 내륙에서 이동하는 게 더욱 강력해진 추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지…."
충남 천안의 한 저수지에 갑작스러운 철새 떼를 목격한 농부 류형선씨는 1일 이같이 말했다.
류씨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가창오리 수만마리가 충남 천안 성남면 소재 대정저수지를 찾았다. 사진·영상에 기록된 개체만 해도 2만~3만마리가 넘는다. 가창오리떼가 저수지 수면에 내려앉자 저수지는 갈색 카페트가 깔린 듯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이 지역에 철새가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간 머물면서 먹잇감을 찾거나 단체 비행을 하던 가창오리떼는 사나흘쯤 지나자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길을 떠났다.
가창오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던 기러기목 오릿과 새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전 세계에 40만마리가량 남아있는 걸로 파악되는데, 대부분 개체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철새 지리정보에 따르면 그간 가창오리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나 충남 서산 천수만, 금강 등지에서 주로 월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대규모로 가창오리가 머물다 간 대정저수지는 금강하구보다 위도가 높고, 몇군데 저수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기존 월동지와 연관성도 적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등에 대응해 서식 환경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기존 월동지의 먹이량이 줄어들거나 정주 조건 등 생존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내륙까지 흩어지거나 먹이가 있을 만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추측이다. 한 탐조단체 대표는 "태양광 패널 설치나 서식지의 유량 변화, 과거보다 더 큰 기온 변동이 월동 지역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번에 약 40만마리의 가창오리를 관찰할 수 있어 세계 최대규모 가창오리 탐조(새를 관찰하는 것) 명소로 꼽히는 금강 하구의 경우 올해 그 규모가 수만마리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군산의 철새관찰소에서 확인된 가창오리 규모도 크게 줄었다는 게 탐조인들의 설명이다.
본래 월동지를 이탈한 가창오리떼가 대정저수지에서 발견된 것처럼 일부 철새들은 날씨와 환경적 요소 등을 이유로 통계가 작성돼 온 철새 서식 조사지역을 벗어난 걸로 추정된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내 철새 서식 확인은 총 200개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초 100개소가량에서 시작한 철새 서식은 현재 200개소까지 확대됐지만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철새 관측이 이뤄지던 지역을 지속해서 관찰해 증감을 보는 게 더 유의미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철새 서식 조사 지역을 확대하는 것에는 예산과 인력의 한계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담당자는 "2인 1조의 탐조인력을 총 100조 운영 중인데, 이번처럼 새로운 조사지역에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다각도로 인력 배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서 기존 200개소 관찰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철새연구센터 관계자는 "기온변동 폭이 커지면서 철새 이동 양상이나 월동 기간 등이 달라질 경우 이에 발맞춰 겨울 철새 서식 조사 지역을 변동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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