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호종 가창오리, 천안서 수만마리 첫 발견…기후변화 때문?

대규모 철새떼 처음 목격돼…주요 월동지보다 내륙으로 이동
주요 월동지 개체수는 감소…"먹이량 감소·태양광 패널 영향"

지난 2월25일 충남 천안 대정저수지에 월동 중인 가창오리떼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60년 넘게 이 지역에 살았지만, 철새가 머물다 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통 금강 쪽을 통해서 이동하는데, 보다 충남 내륙에서 이동하는 게 더욱 강력해진 추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지…."

충남 천안의 한 저수지에 갑작스러운 철새 떼를 목격한 농부 류형선씨는 1일 이같이 말했다.

류씨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가창오리 수만마리가 충남 천안 성남면 소재 대정저수지를 찾았다. 사진·영상에 기록된 개체만 해도 2만~3만마리가 넘는다. 가창오리떼가 저수지 수면에 내려앉자 저수지는 갈색 카페트가 깔린 듯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이 지역에 철새가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간 머물면서 먹잇감을 찾거나 단체 비행을 하던 가창오리떼는 사나흘쯤 지나자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길을 떠났다.

지난 2월25일 충남 천안 대정저수지에 가창오리들이 월동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가창오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던 기러기목 오릿과 새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전 세계에 40만마리가량 남아있는 걸로 파악되는데, 대부분 개체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철새 지리정보에 따르면 그간 가창오리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나 충남 서산 천수만, 금강 등지에서 주로 월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대규모로 가창오리가 머물다 간 대정저수지는 금강하구보다 위도가 높고, 몇군데 저수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기존 월동지와 연관성도 적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등에 대응해 서식 환경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기존 월동지의 먹이량이 줄어들거나 정주 조건 등 생존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내륙까지 흩어지거나 먹이가 있을 만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추측이다. 한 탐조단체 대표는 "태양광 패널 설치나 서식지의 유량 변화, 과거보다 더 큰 기온 변동이 월동 지역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번에 약 40만마리의 가창오리를 관찰할 수 있어 세계 최대규모 가창오리 탐조(새를 관찰하는 것) 명소로 꼽히는 금강 하구의 경우 올해 그 규모가 수만마리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군산의 철새관찰소에서 확인된 가창오리 규모도 크게 줄었다는 게 탐조인들의 설명이다.

본래 월동지를 이탈한 가창오리떼가 대정저수지에서 발견된 것처럼 일부 철새들은 날씨와 환경적 요소 등을 이유로 통계가 작성돼 온 철새 서식 조사지역을 벗어난 걸로 추정된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내 철새 서식 확인은 총 200개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초 100개소가량에서 시작한 철새 서식은 현재 200개소까지 확대됐지만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철새 관측이 이뤄지던 지역을 지속해서 관찰해 증감을 보는 게 더 유의미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철새 서식 조사 지역을 확대하는 것에는 예산과 인력의 한계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담당자는 "2인 1조의 탐조인력을 총 100조 운영 중인데, 이번처럼 새로운 조사지역에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다각도로 인력 배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서 기존 200개소 관찰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철새연구센터 관계자는 "기온변동 폭이 커지면서 철새 이동 양상이나 월동 기간 등이 달라질 경우 이에 발맞춰 겨울 철새 서식 조사 지역을 변동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