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시즌 3? 기준도 관리도 없는 석면대책

초·중·고 여전히 석면에 노출…학부모들 '냉가슴'
'매뉴얼대로' 했을 때 안 나왔던 석면, 추가 조사서 나와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4월3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 석면질환피해자 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 및 학원에서의 석면피해를 알리며 석면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18.4.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최근에는 라돈 침대 사건으로 또 한 번 일상생활 속 위험성이 수면 위로 올랐다. 두 사건 모두 사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사건이 터진 후에도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해 일을 키웠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석면 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세 번째 사례가 될 위험성이 높아보인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1994년 석면폐증으로 인한 석면 암 환자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이래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올 4월까지 석면 피해구제 제도에 따라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사람은 모두 2987명이고, 이 중 약 40%인 1163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관리 실태는 엉망이고 대책 또한 미미하기만 하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에서 석면 철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이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겨울방학동안 서울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석면철거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3월 개학을 앞두고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교육부가 이 학교들을 대상으로 대청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학 이후 재차 조사를 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덕수초와 난곡초, 대왕중, 석관고 등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된 것. 특히 난곡초의 경우 3월6일, 4월18일, 5월8일 등 세 차례 검사를 실시했는데 갈 수록 더 많은 양의 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석면이 검출된 학교에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오모씨(37)는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교조차도 석면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대처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을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는데 조사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이 지난 2월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인헌초등학교 석면 문제 조사결과 발표 현장을 찾아 학부모들에게 인사하고 있다.2018.2.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데에는 제거 기준이 유명무실한데다 사후 잔재물 관리방법, 책임기관이 불분명한 데 이유가 있다.

우선 석면 잔재물이 남지 않으려면 철거공사를 할 때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작업장을 밀폐한 뒤 음압기를 가동해 석면 날림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빠른 철거를 위해 석면 자재를 부서서 철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가루가 발생하면서 제거가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 지난 겨울 방학동안 학교 석면 철거 작업에 참여했던 업체 중 고용부의 안전성 평가에서 C·D등급, 실적이 없어 평가를 받지 못한 곳이 60%를 넘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성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석면 조사에서 위상차현미경법(PCM법)을 쓴다는 것. 광학현미경인 위상차현미경은 대기중 부유먼지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지만 길이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석면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앞서 언급한 난곡초 등의 경우에도 PCM을 사용했을 때 '미검출'이 나온 반면 TEM으로 검사했을 때 많은 석면이 발견됐다.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 KTR의 한 연구원은 "현재의 분석법으로는 석면을 정확히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TEM이 상용화 돼 있지만 국내의 경우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TEM을 갖춘 전문기관은 전국에 5군데 이내 뿐이다. 1건의 시료 채취 비용만 44만원에 이르러 PCM의 5배 이상이고, 전문 분석자도 따로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이 어려운 현실이다.

다가오는 여름방학에도 서울 지역의 47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석면 철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석면 철거 대상 학교의 학부모 이모씨(34)는 "석면 철거 과정도, 석면 조사 결과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넷의 한정희씨도 "이미 지난해에도 과천 관문초에서 같은 일이 빚어졌는데 달라진 게 없다. 확실한 관리 감독과 더불어 보다 정밀한 측정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환경부는 석면해체작업 감리인 제도를 개선해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긴급예산을 투입해 공기질 추가 측정과 정밀청소를 한 뒤 석면 전문기관에 잔재물 조사를 의뢰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