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형 수능 미리 대비해야"…초등 논술 설명회 찾은 학부모들[르포]
서·논술형 수능 도입 논의, 대비법 찾는 초등 학부모
개편 취지엔 공감…사교육·채점 공정성은 우려
- 한민아 기자
(서울=뉴스1) 한민아 기자
"첫째가 11살이고, 둘째는 7살인데 같이 보내려고 인천에서 왔어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아서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논술학원에서 열린 초등 학부모 대상 설명회. 초등학교 4학년과 7세 자녀를 둔 김모 씨는 서·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 소식을 듣고 초등 논술 수업을 알아보기 위해 인천에서 대치동까지 찾아왔다.
약 30㎡ 남짓한 강의실에는 학부모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섰다. 당초 설명회는 대표이사가 한 강의실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준비된 좌석 수의 두 배에 달하는 학부모들이 몰렸다. 추가 강의실을 마련해 원장도 별도 설명회를 진행할 정도였다.
학부모들이 받은 자료집 표지에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과 함께 '서술형·논술형 수능 시대, 평가 방식이 바뀌면 공부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는 이야기에 주변 학부모들 대부분이 찾고 있다"며 "아직 둘째가 7세라 직접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미리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학부모를 따라왔다"고 말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028~2037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고교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국교위가 17일 공개한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180명 중 55.5%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도입 시기로는 2037~2038학년도를 꼽은 응답이 39.4%로 가장 많았다. 다만 사교육 확대와 학교 교육만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각각 13.9%를 차지했고, 채점 공정성(48.3%)이 가장 큰 우려로 꼽혔다.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도 서·논술형 평가 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박모 씨는 "정보를 쉽게 접하는 시대인 만큼 주입식 교육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초등 논술 사교육 수요를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이 두 번째 논술학원 설명회라는 박 씨는 "지금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5, 6학년이라면 논술학원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되면 대비해야 할 것이 더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채점 공정성과 대비 방식에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허모 씨는 이번이 세 번째 논술학원 설명회였고, 다른 학원에서 입단 테스트도 받아 봤다고 했다. 허 씨는 "AI 채점 관련 보도를 봤는데, 채점 기준이 명확할지가 가장 걱정된다"며 "바뀐 제도에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설명회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나자 안내 데스크 앞은 수업 일정을 문의하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원 관계자는 "매년 설명회를 진행해 왔지만 이렇게 두 강의실에서 동시에 진행한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 논의가 학교 교육 여건 개선 없이 진행될 경우, 학부모들이 일찍부터 논술 사교육을 찾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 학교에 다니는 부모들은 지난 6년 동안 IB학교 등에 다닌 학생들보다 자녀가 뒤처졌다고 느낄 수 있어 사교육 시작 시점을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학교가 이를 감당할 여건을 만들지 않은 채 평가 확대만 논의하면 학부모가 직접 비용을 내는 사교육비로 메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고급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한다"며 "교사의 부담과 필요한 교실·예산 규모를 먼저 산정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차츰 교육 여건을 갖추면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lin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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