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도 교육비는 못 줄인다…교육계, 80조 교부금 '20.79%' 사수전

출생아 100만명서 25만명으로 감소…교부금은 10년 새 30조원↑
교육계 "고정비·소규모학교 고려 없이 교부율 못 낮춰"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6.9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교육계는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와 교육 수요는 줄지 않는다며 법정 교부율 축소나 학생 수 중심 산식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편성됐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초과 세수까지 반영되면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현행 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자동 배분하는 방식이어서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하게 세수가 늘면 규모도 커진다. 정부는 이런 구조가 교육 수요 변화와 재정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한다.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내국세가 늘면서 올해 교부금은 2016년 43조1615억원보다 3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초·중·고 학생 수는 저출생 영향으로 감소하고 있다. 내국세 연동 구조가 도입된 1972년 출생아 수는 100만명에 가까웠지만, 지난해는 25만명 수준에 그쳤다.

기획예산처는 현행 구조가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수요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내국세 연동 비율을 낮추거나 경상성장률·물가상승률·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 산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다양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교부금 개편이 초·중등 교육재정을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을 매년 늘리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기획예산처는 초·중등 교육재정에 세수 증가분이 계속 쌓이는 반면 영유아·고등·평생교육은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교부금 구조를 손질해 이들 분야의 투자 여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도 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정 교부율 20.79%를 낮추기보다 초과 세수 활용을 중심으로 절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시적 성격의 초과 세수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고등교육과 영유아·평생교육 등에 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교육부가 고등교육 투자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에는 초·중등과 고등교육의 재정 격차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지표 2025'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초·중·고 학생 1인당 정부 지출은 2만1476달러로 38개 회원국 중 2위였다. 고등교육은 6617달러로 36위에 그쳤다.

교육계는 학생 수 감소가 곧 교육비 감소를 뜻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학급 운영비, 시설 관리비는 학생 수와 관계없이 드는 고정비라는 것이다. 농산어촌은 학생 수가 줄어도 소규모학교를 유지해야 하고, 수도권 신도시는 인구 이동에 맞춰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학생 수에만 연동해 재정을 조정하면 기본적인 학교 운영비조차 부족해질 수 있다"며 "법정 교부율을 산식으로 바꾸면 인상 기준을 두고 매년 협상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 1만2000여 공·사립 초·중·고·특수학교 교장단은 최근 공동성명에서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는 학교 현장의 실제 운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교부금 축소와 산정 방식 변경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영유아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교육 수요를 기존 초·중등 교육재정의 재배분만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오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정부는 토론회와 이달 중순 국가재정전략회의 논의를 거쳐 개편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발언자로 참석하는 이 실장은 "초·중등 교육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유아·고등·평생교육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