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교사 면책 넓힌다지만…"중과실 기준 따라 현장 혼란 우려"

교육부, 고의성·중과실 없을 경우 사고 책임 묻지 않게 대책
"결국 중과실 입증도 교사 몫…부담 그대로"

교사노조가 20일 진행한 현장체험학습 및 교육활동 법적 보호장치 마련 촉구 기자회견.(교사노조 제공)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중과실' 판단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결국 교사 개인이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1일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교사 지원 방안을 교원단체와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 주요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최 장관은 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에 따라 교사가 안전수칙 준수와 사전 안전교육, 사고 예방 조치 등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교사에게 고의가 없고 중대한 과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사고 책임을 묻지 않는 방향으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여전히 완전 면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중과실'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현장에서는 교사의 고의성과 중과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기준은 오히려 교사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면 결국 재판부 재량에 맡겨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고에서도 판결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결국 교사가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교육부는 법적 분쟁 발생 시 교사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교사에게 소송이 제기될 경우 조사 단계부터 사건 종료 시까지 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조를 통해 변호인 동행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속도가 붙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교사들이 게을러서 체험학습을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무슨 일만 생기면 교사 책임지라고 하고 수사기관 불려다니고 변호사 비용 부담해야 하고 상황이 악화되면 징역형 선고로 해임·파면까지 이어지는데 어떻게 체험학습을 가겠느냐"고 말했다.

교사의 법적 분쟁 대응을 위해 그동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는 학교 안전사고나 아동학대 신고 등 민·형사상 분쟁 발생 시 국가가 직접 소송을 대리하는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다만 교육부는 현행 법체계상 국가가 전면적으로 소송을 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우선 변호인 지원 등 가능한 범위 내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번 간담회 내용을 반영해 이번주 중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현장체험학습 지침 간소화, 교사 면책 범위 확대, 인력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