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보다 많았다…청소년 마약 경험 5.2%, '공부약' 오남용 확산

ADHD 약 ‘공부 잘하는 약’ 인식 확산…처방 없이 불법 거래
카페인 의존도 심화…입시 압박 속 '집중력 확보 수단' 변질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능인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마약 등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마약나뽀(NOT! FOUR)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마약과 약물 등 모형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2023.4.14 ⓒ 뉴스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청소년 약물 오남용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흡연 경험이 있는 청소년보다 마약류를 사용해 본 청소년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ADHD 치료제를 중심으로 비의료적 사용이 확산되면서 일부 청소년은 한 달 20회 이상 복용하는 등 반복적 오남용 양상까지 나타났다.

20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2%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항불안제 등 7종의 마약류를 최소 1회 이상 비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한 번이라도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4.2%)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오남용한 마약류는 ADHD 치료제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내 비의료 목적 사용 경험자 가운데 24.4%가 ADHD 약을 꼽았고, 식욕억제제(20.0%), 수면제(13.3%), 신경안정제·항불안제(13.3%)가 뒤를 이었다.

특히 ADHD 치료제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물이지만, 일부 학군지를 중심으로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오남용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 등을 통한 비공식 거래가 퍼지면서 처방 없이 약을 구해 복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기반 유통 확산과 맞물려 더욱 빠르게 퍼지는 모양새다. 연구에서도 SNS·메신저 등 비대면 경로를 통해 유해약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구하기 쉽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 빈도에서도 ADHD 약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해당 약을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월 20회 이상’ 복용했다는 응답이 23.1%에 달했고, ‘6~19회’ 복용했다는 응답도 7.6%였다.

연구진은 "단순 호기심을 넘어 집중력 향상과 학업 효율 증진을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경향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음주·흡연 중심의 기존 유해행동과 달리, 학업 성과를 위해 약물을 선택하는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물 사용의 배경에는 정서적 요인도 자리 잡고 있다. 스트레스, 우울감, 또래 관계 갈등 등 심리적 취약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으며, 특히 학업 부담이 높은 시기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들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커피와 고카페인 음료에도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응답자의 54.5%가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커피를 마신다고 답했고, 6~19회(19.9%), 20회 이상(5.0%) 섭취한다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고카페인 음료는 한 달 1회 이상 섭취 비율이 61.2%로 더 높았으며, 10회 이상 섭취한다는 응답도 10.8%에 달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사실상 카페인 의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로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위해서’(57.8%)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하루가 힘들다고 느낀다는 응답도 11.2%였으며, 특히 고등학교 2학년(16.4%)과 3학년(15.1%)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입시 경쟁이 심화될수록 피로 회복과 각성 유지를 위해 카페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면서 "집중력과 각성이 하나의 ‘생존 전략’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현행 정책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청소년 약물 정책은 단속과 처벌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예방과 조기 개입, 치료·재활로 이어지는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부처 간 역할이 분산돼 통합 대응이 어려운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연구진은 "온라인 유통 차단과 함께 정신건강·상담을 연계한 조기 개입 체계를 구축하고, 예방부터 치료·회복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대응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