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깜깜이' 교육감 선거부터 바꿔야 [전문가 칼럼]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민심의 향배를 확인하는 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 등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국가적 위기 앞에 우리가 얼마나 내부적 행정 효율과 교육 경쟁력을 단단히 구축하고 있는지를 묻는 엄중한 기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 국민의 이목은 서울, 경기, 부산, 대구에서 차기 대선후보급의 거물 정치인들이 격돌하는 시도지사 선거에만 쏠려 있다. 정작 우리 아이들의 삶과 직결된 '교육의 대통령',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교육감은 연간 100조 원 정도의 천문학적인 혈세를 주무르며 지역 교육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자리다. 하지만 현실은 '교육 대통령'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참담하다.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조차 모른 채 투표장에 들어서는 유권자가 대부분이다.
미래성장동력의 핵심인 교육 관련 정책 대결은 실종된 지 오래이며, 오직 진영 논리와 '로또식 투표'가 당락을 결정하는 '깜깜이 선거'의 악순환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자 교육에 대한 직무 유기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5개 메가시티와 3개 특별자치권) 전략은 단순히 지도상의 선을 다시 긋는 작업이 아니다. 지역의 경제, 산업, 복지, 그리고 교육을 하나의 용광로에 넣어 지역 생존의 돌파구를 찾으라는 공약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자체장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려 동분서주하는데, 교육 행정은 '교육의 자주성'이라는 낡은 방패 뒤에 숨어 지역 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인구 소멸의 파고 속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이 각자도생하는 구조는 국가적 낭비를 넘어 시간 낭비이자 예산 낭비에 가깝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 돌봄의 국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일반 행정과 교육 행정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 '화학적 통합'이 필수적이다. 교육이 지자체의 핵심 전략과 따로 노는 한, 5극 3특은 반쪽짜리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교육감 선거를 지자체 선거와 완전히 결합해, 시·지사가 교육의 책임까지 온전히 짊어지는 '러닝메이트제' 혹은 '행정 통합'을 단행해야 할 때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정당 공천이 없다는 명분은 오히려 '무색무취'한 후보들이 사익을 취하거나, 극단적 이념 편향을 가진 인사들이 진영논리를 앞세워 교육 현장을 점령하는 역설을 낳았다. 유권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후보에게 교육의 미래를 맡기는 이 도박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한 팀이 돼 선거를 치른다면, 교육 정책은 지자체의 발전 전략과 유기적으로 맞물리게 된다. 예산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며, 시민들은 지자체장에게 교육적 성과까지 엄중히 물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책임 정치'이자 '지방 자치'의 완성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우리 교육이 과거의 관성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향한 대담한 통합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심판의 장이다. 교육은 더 이상 행정의 부속물이 아니며, 그렇다고 행정 위에 군림하는 외딴섬이 돼서도 안 된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받기 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내 지역의 교육 수장이 5극 3특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교육자치'라는 환상 속에 갇혀 '깜깜이'의 수혜를 누리려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교육과 국가경쟁력의 미래를 위해 촉구한다. 7월 1일 전남광주특별시를 시작으로 지역통합이 추진되는 현실 속에서 교육 행정의 칸막이를 허물고 행정 통합의 시대로 속도감 있게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소멸해 가는 지방을 살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약속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 교육 행정의 낡은 패러다임을 깨부수는 거대한 망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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