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의 사직과 '일타강사'의 카르텔 [전문가 칼럼]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혁신을 꿈꾸던 공무원이 조직의 폐쇄성과 시기심에 밀려 조직을 떠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범법 행위가 '일타강사'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서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개별 사례를 넘어 우리 사회 공공 시스템의 구조적 작동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를 전국구 플랫폼으로 만든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의 사직과, 현직 교사들과 수억 원대 문항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된 현우진·조정식 등 일타강사의 범죄행위는 우리 사회의 공적 기강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지자체 구독자 수 1위로 끌어올린 김선태 주무관의 사직은 단순한 개인의 이직이 아니다. 사직 발표 직전 100만 명을 앞뒀던 구독자 수는 최근 75만 명대로 줄어 단기간에 무려 20만 명 이상 급감했다.
이는 우리 공직 사회가 지닌 고질적인 폐쇄성과 '평균의 함정'이 낳은 예고된 비극이다. 9급에서 6급으로의 파격적인 특별 승진은 성과주의의 승리처럼 보였으나, 정작 조직 내부에서는 "남들 20년 걸릴 일을 단숨에 해치웠다"는 비아냥과 시기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조직 내부에 흐르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식의 기류는 유능한 인재의 창의성을 수용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혁신적인 성과를 내도 동료들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식의 감정적 견제와 제도적 고립을 견뎌야 한다면 어떤 인재가 공직에 남으려 하겠는가. 능력 있는 공무원을 응원하기는커녕 규정과 관습을 방패 삼아 성과를 폄훼하는 공직사회의 민낯은 결국 공공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귀결될 뿐이다.
내부의 유능함을 시기하는 공조직의 병폐가 한 축이라면, 외부의 명백한 범법 행위를 방치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은 더 심각한 독소다. 최근 검찰은 조정식, 현우진 등 일타강사들이 저지른 수능 문항 부정 거래 사건을 기소했다. 현직 교사들에게 수억 원을 주고 수능 문제를 사들인 것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공교육의 공정성을 뿌리째 뽑는 명백한 범죄이자 카르텔이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이 대학 입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 수준의 시험에서 문항 보안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넘어 교육 시스템 전체의 정당성과 신뢰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교육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유사한 사례에 대해 교육 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한 전례가 있다. 2013년, 수능 문제 유출과 유사한 일부 SAT(미국 대입자격시험) 학원의 문제 유출이 논란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점검을 실시해 다수 학원을 대상으로 행정 조치를 취하고, 일부 기관에 대해서는 폐쇄와 수사 의뢰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공직 사회는 '성과를 내는 인재'를 지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승진과 보상이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인 성과 평가 체제를 확립하고, '충주맨'과 같은 혁신가가 조직 내에서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서울시교육청은 학원가에 만연한 범법 행위에 대해 서슬 퍼런 칼날을 휘둘러야 한다. 기소된 강사들에 대해 선제적인 행정 처분을 검토하고, 사교육 시장의 불법적인 문항 거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공무원이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과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돌아간다.
범죄자인 일타강사들이 여전히 순진한 수십만 미성년 학생의 멘토를 자처하며 강의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교육청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린다'는 상투적인 문구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관리 감독 부실이자 직무 유기다. 학생들의 노력과 성취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는 교육청의 행정 편의주의는 공교육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시스템의 신뢰를 시험받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품지 못하는 조직과 범죄자 앞에서 눈을 감는 행정기관이 지속되는 한 국가의 장래는 어둡다. 이제라도 공공 부문은 폐쇄성을 깨고, 복지부동의 자세에서 일어나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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