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지역의사선발전형의 빈틈

김재현 사회정책부 차장
김재현 사회정책부 차장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분당에 사는 지인 A씨가 있다. 그는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아들을 두고 있다. 공부는 곧잘 한다고 한다.

그동안 A씨 아들은 서울 주요대 핵심 자연계열 학과 진학을 꿈꿔왔다. 희망 대학·학과 입시에 유리한 고입 방향 설계도 이미 마쳤다.

그런데 최근 A씨도, 그의 아들도 오랫동안 유지했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내년부터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과대학 입시에 도입되는 지역의사선발전형 때문이다. A씨는 "시골 아닌 구리·남양주만 가도 의사가 될 확률이 좀 더 커지는데 싱숭생숭하지 않겠냐"고 했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지방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최소 10년간 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의무적으로 근무할 지역의사를 뽑는 입시전형이다.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인재의 지방 장기 정주를 사실상 강제하는 만큼 국가가 등록금 등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혜택도 있다.

A씨 부자를 흔든 건 지역의사선발전형의 청사진(지역의사제양성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애초 '수도권 외 지역에서 중·고교 6년 과정을 모두 이수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고교 3년 과정을 이수한 학생'도 도전할 수 있도록 조건이 완화됐다.

A씨는 "분당을 떠나더라도 구리·남양주만 가도 회사 출퇴근은 큰 무리가 없는 데다 서울권 생활도 누릴 수 있다"며 "아들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고 이공계열은 물론 의사까지 도전할 수 있어 기회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사제가 적용되는 지역 중 경기의 경우에는 의정부권(의정부·동두천·양주·연천), 남양주권(구리·남양주·가평·양평), 이천권(이천·여주), 포천권(포천) 등 4개 권역이 있다. A씨의 아들이 거주지인 분당(성남)에서 고교를 진학할 경우 지역의사선발전형 지원 자격은 사라지지만 구리·남양주로 전학해 학교에 다닌다면 지역의사가 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선발 규모도 제법 된다. 보건복지부는 2027학년도 대입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인원을 100%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기로 했는데 향후 5년간 매년 700~800명씩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위권 학생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제도인 만큼 A씨 부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종로학원이 지난 21~25일 중·고교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면 의대에 진학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이 60.3%에 달했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입시를 만나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장 분위기를 보면 지역에 오래 머물며 봉사할 의사보다는 의사 면허를 따기 위해 일시적으로 지역을 옮기려는 수요가 더 많아 보인다. 10여년 뒤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일단 의대생이 되고 보자는 욕구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지역 차별'도 '지방 유학'을 부추긴다. 같은 경기·인천인데도 어느 시·군·구에 사느냐에 따라 지원 기회가 갈리자, 현재 거주지와 멀지도 않은 만큼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것이다.

희망과 불공정을 동시에 부른 입시가 또다시 '의대 광풍'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의사제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지만 입시 현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복지부의 공을 넘겨받을 교육부는 늦어도 오는 5월 말까지 지역의사선발전형을 반영한 대입전형기본사항을 확정하게 된다. 남은 4개월, 지역의사제 도입 취지는 살리고 빈틈은 최소화하는 정교한 입시 설계가 과연 가능할까.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