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말고 혁신가가 꿈이에요" 중학생의 기업가정신[강은성의 감]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로봇 기술 연구의 본질은 결국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능력을 재정의하는 것일까요?"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2025'에 참석한 김병수 로보티즈(108490) 대표는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김 대표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죠. 평소 자주 만나는 주주나 투자자, 개발자와는 전혀 다른, 중학교 2학년 앳된 소녀의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옆에 선 또 다른 중학생도 명함(본인이 스스로 만든!)을 건네며 질문의 열기를 이어갑니다.
"기술을 넘어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고민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여서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김병수 대표의 답변 한마디 한마디엔 신중함과 진심이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일단 질문의 수준이 정말 높았고, 이 소녀들의 눈빛이 너무나 빛이 났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한마디로 인생의 또다른 '방향타'를 삼을 아이들에게 토씨 하나라도 허투른 말을 전할 수 없겠다 싶었을겝니다.
스타트업 축제 컴업의 한 가운데 중학생 50여명이 들어섰습니다.
이들은 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POSTECH)이 운영하는 '영재기업인교육원' 교육생들입니다.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창의적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이 교육원의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유명 대학 진학이나 글로벌 취업 등이 목표가 아닙니다. '창업'을 통해 CEO가 되는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이들의 지향점입니다. 벤처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故) 이민화 교수가 생전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실제 카이스트 교육원은 총 5264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중 213건을 등록했습니다. 중, 고등학생 창업도 50건이 넘습니다.
오호라 영재교육이란 말이지. 기업인 교육이라고? 이건 또 신선한 '생기부' 점수가 되겠는걸.
아이 교육에 열정적인 부모님 중 이런 생각이 드셨다면 오답입니다. 영재기업인교육원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죠. 교육원의 모토는 "덜 가르치고 스스로 배운다" 입니다.
카이스트, 포스텍의 쟁쟁한 교수들과 연구원, 기업 대표와 창업가들이 '교수진'으로 포진해 있지만 이들이 아이들을 직접 '교육'시키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카이스트 교육원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백민정 카이스트 교수는 "교육과정 2년동안 이 아이들은 질문하고 토론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혁신가 마인드,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함양>한다"면서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습득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현장에 나온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 물었습니다. 너무 상투적인 질문이었네요. 소위 '영재'라 불리는 친구들인데 미래에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궁금한 나머지 꿈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혁신가가 꿈이에요"
미국 아이비리그에 간다거나 서울대 의대같은 답변을 기대한 건 당연히 아니었죠. 꿈이라 물었으니 젠슨 황이나 일론 머스크, 샘 알트먼 같은 '성공한 창업가' 정도는 입에 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기자에게 '혁신가'가 되고 싶다는 답은 놀라웠습니다. 이미 이들에겐 기업가정신이 훌륭히 자라나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이들의 10년, 20년 후가 무척 기대되는 컴업이었습니다.
esth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