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확정 하루 앞두고 수능 국어 '시끌'…평가 체계 검토 목소리도

국어 17번 칸트문항 이어 1~3번 지문 문제 제기
"논리상 문제 없어" vs "틀린 정보 공인하는 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22지구 제15시험장인 부산 연제구 연제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5일 수능 최종 정답을 확정하는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수능 문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문항 오류'를 넘어, 현 수능에서 채택하고 있는 평가 방식의 적절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어 영역 1~3번과 관련한 글을 연속으로 게시하며 출제 방식의 타당성을 문제 삼았다.

앞서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교수가 칸트의 인격 동일성을 다룬 17번 문항이 정답이 없다고 한 데 이어 학계에서 제기된 두 번째 문제 제기다.

국어영역 1~3번은 필립 고프 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명예교수의 '단순 관점(the simple view of reading)'과 관련한 지문을 읽은 후 틀린 선지를 고르는 문제다.

고프 이론을 10여년간 연구·강의한 이 교수는 지문이 단순 관점 이론의 핵심 요소인 언어 이해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은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설명한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글 읽기 경험을 통해 언어 이해가 발달한다는 지문의 설명은 이론과 맞지 않는다"면서 "이론에 근거하면 3번 선택지와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선택지는 모두 성립하지 않는 진술"이라고 오류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입시계에선 학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문제풀이'의 관점에서는 해당 문항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문을 읽고 논리적으로 정답을 찾는 데 장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병민 교수는 이 같은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지문의 내용이 수능에 버젓이 등장할 경우 국가가 잘못된 정보를 공인하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논리적으로) 말이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틀린 내용을 전국에 소개하는 것이 아니냐"며 "학생들의 (지식 능력을) 평가하는데, 국가가 공신력을 갖고 출제한 시험에서 틀린 내용으로 답을 맞히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단순히 이번 국어영역 1~3번 문제뿐만 아니라, 현 수능 체제가 학생들의 대학 수학 능력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영어 문항의 경우 대개 전문 학술지에서 따온 글인데, 학생들에게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고 '난수표' 같은 글을 준다"며 "이는 독해의 능력을 파악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평가원은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오후 5시 수능 정답 확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수능에 대한 이의신청은 675건으로 전년(336건)보다 약 2배 늘었다.

이의신청이 정답 정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수능까지 평가원이 총 33번의 수능 중 출제 오류를 인정한 문항은 9개다. 그중 5건은 과학탐구였으며 세계지리·국어·영어·한국사가 각 1건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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