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동체 재건을 위한 거꾸로 멘토링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거꾸로 멘토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에는 후배를 얕보거나 무시하지 말고 그들을 존중하고 배워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굳이 이러한 표현을 들지 않더라도 조직의 상사나 선배가 후배들과 식사나 차를 들면서 그들의 조언을 듣고, 일종의 가르침을 받는 사례는 많다. 거꾸로 멘토링은 이를 기관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꾸로 멘토링은 전통적인 멘토링과 달리 주로 젊은 세대(후배)가 선배, 관리자, 기성세대(특히 임원급 등)에게 조언이나 새로운 시각, 최신 트렌드, 디지털 역량 등을 전수하는 멘토링 방식을 의미한다. 선후배의 역할이 바뀌므로 역(逆) 멘토링 또는 리버스 멘토링이라고도 부른다. 최근에는 세대 간 소통과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다양한 조직에서 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서울 금천구 등 일부 지자체, 해양공사 등의 공공기관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조직인 인사혁신처와 법제처는 조직 내 기관장을 포함한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MZ세대 공무원들이 소통하는 '역으로 조언하기'(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거꾸로 멘토링은 잘 운영될 경우 세대 간 소통과 이해 증진, 수평적 조직문화와 혁신 촉진, 신기술·트렌드 습득 지원, 젊은 세대의 리더십 개발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형식적 참여와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기 십상이다. 개방적인 조직 문화 조성, 거꾸로 멘토링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충분한 연수 등의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선임자들의 수용 자세 부족, 후임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 어려움, 멘토의 준비 부족에 따른 내용 부실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한 마을이 나서야 한다. 즉 지역사회까지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현실에서 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학교공동체 재건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학교공동체는 학교 전체의 이익과 질서, 집단의식을 강조하는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전통적 공동체가 아니라 따스한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수정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공동체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은 교육의 질과 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구성원들의 책임의식, 구성원들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상호존중, 교육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및 자치체제 그리고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 발휘 등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함께 책임지는 문화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학교공동체 재건의 토대가 될 상호존중 및 함께 책임지는 문화 조성에 기여할 방법의 하나가 거꾸로 멘토링이다. 학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교원(교장과 교사), 직원과 교원, 교원과 학부모, 교원과 학생 간의 거꾸로 멘토링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학교장과 교사 사이의 거꾸로 멘토링이다. 최근 모 교육청의 교장 대상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교사와 학부모 혹은 학생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교장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왜 학부모와 학생 편을 드느냐며 서운하다는 교사가 많다고 했다. 이러한 말을 듣는 교장 역시 서운함을 감추기 어렵다. 서로 느끼는 서운함을 비롯해 교장과 교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어려움은 충분한 소통 부족과 이에 따른 상호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다.
교장이 거꾸로 멘토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임한다면 교장의 교사 이해도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교장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조직 경영자의 시간과 에너지 중 최소한 70%는 구성원과의 소통에 사용하라고 하는데 그 안에 거꾸로 멘토링을 포함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고연차 교사와 저연차 교사 사이의 거꾸로 멘토링이다. 교원들이 겪는 대인관계 어려움 순위에서 학부모 다음이 동료라고 한다.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오히려 교원보다 후순위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그만큼 교원들 사이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연차와 저연차 교사 사이의 멘토링 제도와 더불어 거꾸로 멘토링 제도도 도입하면 소통과 상호 이해의 기회가 늘어나고, 그 결과 서로의 마음도 열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소통하지 않는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다.
너무 파격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학교 행정실과 교원 사이, 교원과 학부모 사이, 교원과 학생 사이의 거꾸로 멘토링도 시도해 봄 직하다. 제대로 운영되면 상호 이해와 성장 나아가 학교공동체 재건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는 교장이 주도해 교장과 교사 사이 거꾸로 멘토링 제도를 만들어 시범 운영하면서 제도를 보완해 가면 좋을 것이다. 더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면 학교장(감), 행정실장, 학교운영위원회, 교사협의회, 학부모회, 학생자치회 등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성원이 운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협의체에서 목적과 기대효과, 프로그램이 포함된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거꾸로 멘토링을 위한 역량 강화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수해야 한다.
거꾸로 멘토링 집단은 상황에 맞춰 1대 1부터 소그룹까지의 다양한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게 하려면 성취감과 참여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거꾸로 멘토링 등의 다양한 기법을 바탕으로 학교공동체가 재건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구성원이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 과정 중에서 서로가 행복한 학교가 되길 기대한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국가인재경영연구원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광주교대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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