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학교 '리모델링'한다는데 강남 학부모들 반대…왜?

대곡초, 교육청에 '그린스마트' 사업 재검토 요청
"학부모 의견 수렴 빠져"…학생 안전 우려 키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인 한 중학교를 둘러면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서울 강남구 대곡초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을 두고 학부모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교육청에 사업 재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곡초는 지난 26일 서울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4일 학교운영위원회 긴급임시회에서 학부모위원들이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한 데 따른 조처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부 논의 뒤 사업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학부모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작지 않아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반대할 경우 일방적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논의 결과를 학교에 조만간 안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교육부가 미래교육에 부합하는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40년 이상 노후학교를 대상으로 개축이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총 1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올해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484개교(702개동)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서울에서는 57개교가 대상에 올랐다.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이지만 대곡초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은 '학생 안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곡초 학부모회장인 김모씨는 "공사가 학교에서 진행되는데 바로 옆 모듈러교사에서 수업을 듣게 되면 학생들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모듈러교사 설치도 운동장 공간 부족으로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전교생 1200여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운동장에 모듈러건물을 6층 규모로 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운동장이 좁아 층수를 낮추기 위해 건물 면적을 넓히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모씨는 "학교 건물이 정밀안전진단평가에서 B등급으로 양호한데 학교건물을 일부 깨면서까지 모듈러교사를 넣으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충분한 학내 의견 수렴 없이 학교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추진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56억원을 들여 내년 하반기부터 1년간 진행되는 대규모 학교 리모델링을 학부모 의견 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진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학부모에게 발송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리모델링 사업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구체적인 사업 설명 없이 찬반을 묻는 내용만 나와 있다.

지난 17일에는 학부모들이 항의 차원에서 학교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면서 반발이 격화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학부모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혁신학교 사업과 혼동해 잘못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학부모 측은 해당 사업이 혁신학교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다른 사업 대상 학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 과정에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한 뒤 학교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며 "안전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해서 학교와 충분히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시설 개선 부분은 재학생 학습 여건을 악화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충분한 사전 설명과 동의 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