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두번 울리는 대학…졸업유예생도 등록금 받아

107개 대학 중 81곳 졸업유예기간 중 등록금 챙겨
65곳 학점 상관없이 일괄징수…70곳은 '수강필수'

(서울=뉴스1) 권형진 김현정 기자 = 올해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A씨(25·여)는 2015년 2학기부터 지난 1학기까지 대학을 1년 더 다녔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다 채웠지만 졸업요건 중 하나인 토익성적을 내지 않았다.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졸업을 유예한 1년 동안 A씨는 한 과목도 수업을 듣지 않았다. 학교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1년 동안 약 70만원의 등록금을 냈다. 졸업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한 학기에 35만원가량 든 셈이다.

A씨는 "취업할 때 졸업생보다 졸업예정자를 기업에서 더 선호한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수업 한 번 안 듣고 취업준비만 했는데 왜 등록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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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처럼 취업난 탓에 졸업을 연기하는 대학생이 최소 1만7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 5곳 중 1곳은 졸업요건을 채운 학생에게도 등록금을 징수해 '취업준비생'에게 이중고를 주고 있다.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48개 4년제 대학 중 107곳(72.3%)이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난에 졸업유예한 전국 대학생 1만7000명

졸업유예제도는 학점 등 학칙에서 정한 졸업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싶을 때 대학에 신청해 졸업을 늦추는 제도다.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졸업생보다 졸업예정자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근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264명을 조사했더니 4학년생 2명 중 1명꼴인 47.5%가 졸업 연기를 고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기사유는 '취업에 유리할 것 같아서'(20.3%)가 가장 많았다.

졸업에 필요한 요건을 다 채웠지만 졸업을 연기하려면 '돈'이 든다. 교육부 조사에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의 75.7%인 81곳은 졸업유예생에게 등록금을 받았다. 이렇게 받은 등록금이 지난해에만 총 35억원이었다.

등록금 징수방법은 수강하는 학점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일정금액을 받는 '정액징수'가 65곳(60.7%)으로 가장 많았다. 건국대, 서강대 등 15개 대학은 5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강원대 등 14개 대학은 20만원에서 30만원 미만의 금액을 징수한다.

경상대 등 9개 대학은 10만원에서 20만원 미만의 등록금을 일괄 징수했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등 9개 대학은 한 학기 수업료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졸업유예생에게 받았다. 올해 4년제 일반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이 667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6만원을 걷은 셈이다.

경남과학기술대, 한림대 등 8개 대학은 수강하는 과목 수나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받았다. 학점당 3만5000원에서 최대 16만7200원을 징수했다.

초과학기 수업료 징수기준에 따라 등록금을 받는 대학도 경북대 등 5곳이었다. 한 학기 등록금을 기준으로 1~3학점은 6분의 1, 4~6학점은 3분의 1, 7~9학점은 2분의 1을 징수한다. 초과학기는 졸업학기가 지났지만 학점 등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이어서 졸업유예와는 다르다.

졸업유예제를 운영하는 107개 대학 중 65.4%(70곳)는 졸업유예생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수강학점'을 이수하도록 해 등록금을 받았다.

가톨릭관동대 등 21개 대학은 졸업유예생에게 등록금을 따로 받지 않았다. 전주대, 목원대, 배재대는 3학점까지, 호원대와 평택대는 6학점까지 장학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107개 대학의 졸업유예생은 1만7744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유예생이 100명 이상인 곳은 40개교였다. 연세대(2090명)와 한양대(1947명)는 졸업유예생이 1000명을 넘었다.

안 의원은 "졸업유예제 신청자가 1만7000여명일 뿐 취업 등의 이유로 학점을 조절하거나 졸업유예제가 없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실제 졸업유예생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4년 조사에서는 졸업유예생이 98개 대학 2만5000여명이었다. 이들에게 받은 등록금은 총 56억원이었다. 9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은 전국 166개 대학에서 12만명에 달했다.

안 의원은 졸업을 늦춘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강제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는 "좁은 취업문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에게 심리적 재정적 부담보다는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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