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사로 담임 배치해줘요"…기간제 선생님이 울고 있다

학교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단위로 계약…문제시 재계약 어려워
재계약 위해 정교사 업무 도맡고, 일부 학생들은 대놓고 무시하기도
전문가 "학생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보장, 처우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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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이주성 기자 = "'기간제 선생님'말고 정교사로 담임 배치해주세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던 강모(30·여)씨는 한 학생의 이같은 발언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 중학교는 2학년 10개 반 중에서 기간제교사가 담임인 반이 8개나 됐던 것이다. 강씨는 "중학교 2학년은 교사들 사이에 가장 기피하는 학년"이라며 "일이 많은 2학년 담임업무를 기간제교사에게 떠넘기다 보니 이런 말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했던 김모(28)씨는 학기말이 되면 잡무가 늘어났다. 몇몇 정교사들이 "계약 연장에 입김을 넣어주겠다"며 일을 떠맡긴 것이다. 김씨는 "일반교사가 기간제교사의 채용에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려 일을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전체 교사 9명 중 1명은 기간제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5 초·중·고 교사현황'에 따르면 전체 교사 37만6355명 중 4만638명이 기간제교사였다.

기간제교사는 교육감의 발령을 거치지 않고 개별학교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정교사 전환이나 계약 연장 등을 빌미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학생들마저 기간제교사를 차별하고, 심한 경우 폭력이나 폭언에 시달리는 교사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23일 경기 이천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간제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여기에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런 쓸데없는 기간제 선생님을 때린 게 잘못이냐"며 "맞을 짓 하게 생기셨으니까 때린 거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강씨는 이 사건에 대해 "기간제교사라면 비일비재하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 기간제여교사가 학생에게 구타를 당해 온몸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강씨는 "정교사였다면 교육청에 신고를 하거나 하다 못해 휴직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간제라 그러지도 못하고 해당 학생을 전학시키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인터넷에는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이 기간제 선생님을 두고 "저 선생님은 선생도 아니다"고 말하거나 '시간당 아르바이트'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2)씨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정교사와 기간제교사를 구분한다"며 "연말에 학생들의 반응을 받아봤더니 '기간제 선생님을 교체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간제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불합리한 대우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실정이다.

김씨는 그 이유에 대해 "짧게는 6개월, 길면 1년 단위로 하는 재계약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사를 원한다"면서 "업무가 많거나 학생들에게 교권을 침해당한다고 해서 학교나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면 금방 소문이 퍼져 그 학교는 물론이고 다른 학교에서도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사는 엄두도 못내고 기간제교사 자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용산구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2·여)씨는 "기간제 교사가 되기 위해 올해만 80개의 원서를 넣었다"면서 "기간제교사 2, 3명을 뽑는다고 하면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12월부터 지원하기 시작해 지난해 2월 말이 돼서 겨우 한 군데 기간제교사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렇게 힘들게 잡은 일자리다 보니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교사들은 이 문제가 해당 교사 개인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씨는 "기간제교사 제도는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마음 자체를 없애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끈다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며 "기간제교사들은 길어야 1년, 짧으면 몇 개월 학교에 머물다 보니 그저 '계약기간만 채우자'거나 '조용히 넘어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정 비정규직교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정교사와 기간제교사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학생들에게 재생산되면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당국은 학교들이 꼭 필요한 곳에만 기간제교사를 쓰도록 유도하고, 기간제교사를 쓰더라도 선생님들에게 동일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년 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모(54) 선생님도 "뽑는 인원은 적고 지원하는 사람은 많은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때문에 기간제교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6개월이면 바뀌다보니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인심 서울여대 교수는 "기간제교사는 교사의 근로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존재해왔다"면서도 "교사의 지위가 불안정하면 학생들은 교사를 존중하지 않게 되고 교사의 열의 또한 반감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간제교사에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보장해주고 그들이 학생들을 위해 쏟는 노력과 열정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기간제교사 제도의 구조적 약점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