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22년 전보다 7배 쉬워져…사교육비 경감은 글쎄?

양정호 성대교수 난이도 분석…94학년도 6.1점에서 2015학년도 0.8점으로
2012학년도부터 급락…국·영·수 만점자 합한 비율 0.78%에서 10.9%로 상승
사교육비 2007년 20조에서 지난해 18조로 줄었지만 학생수도 150만 감소

수능 22년간(1994-2015) 난이도 추이 분석 결과.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2년 전에 비해 7배 가량 쉬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능 난이도 역시 들쭉날쭉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9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교육연구센터가 개최한 '대입제도와 수능 안정화,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22년간의 수능 난이도를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양 교수가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능이 처음 시작된 1994학년도에는 난이도가 10점 기준으로 6.1점이었다. 1995~96학년도 6.5점, 1997학년도 6.2점, 1998학년도 5.9점 등 1990년대에는 평균(5점)보다 높은 난이도를 유지했다.

1999년도 수능부터 2011학년도까지는 난이도가 최저 3.2점(1999학년도)에서 최고 6.1점(2001학년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한 해 쉽게 출제하면 다음해 조금 어려워지는 식으로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것이다. 그래도 1999학년도 수능을 제외하고는 난이도가 대체로 4~6점 사이를 유지했다.

수능 난이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2012학년도부터다. 2011학년도 6.1점에서 4.2점으로 낮아졌다. 2015학년도에는 0.8점까지 떨어졌다. 수능이 처음 시작된 1994학년도에 비해서는 6.6배, 20년 전인 1995학년도와 비교해서는 7.1배 쉽게 출제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수능은 자연계 학생들이 응시하는 수학B형의 만점자 비율이 4.30%를 기록하며 '물수능'이라 불렸다. 9등급제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은 4%까지이다. 한 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 영어영역의 만점자 비율도 3.37%였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만점자 비율도 크게 늘었다. 국어, 영어, 수학에서 각각 만점을 받은 응시생이 전체 수능 응시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1995학년도에는 0.78%였으나 2015학년도에는 10.9%로 급상승했다.

난이도와 마찬가지로 국·영·수 만점자를 합한 비율 역시 2012학년도부터 높아졌다. 만점자 비율이 2009학년도 1.27%, 2010학년도 2.16%, 2011학년도 0.85%에서 2012학년도 4.24%로 뛰었다.

국·영·수 만점자 비율은 초창기인 90년대에는 1%이하였다가 2000년대 들어 상승했다. 최대 6.61%(2000학년도)에서 최소 0.94%(2002학년도)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등 변화 폭이 컸다.

수능 난이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정부가 2012학년도부터 '쉬운 수능'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수능이 쉬워진 만큼 사교육비도 줄었을까. 교육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 규모는 2007년 20조원에서 2014년 18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학생 수도 773만명에서 629만명으로 줄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국내 사교육비 총규모를 정부 발표보다 높은 3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양정호 교수는 "20년 전에 비해 수능이 8배가량 쉬워졌지만 그만큼 사교육비 부담도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국·영·수 성적을 종합해서 보면 평균에 가깝게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목별로 분석해 보면 난이도의 변화 폭이 훨씬 크다"며 "20년 이상 노하우를 가진 수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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