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대 만점자 몰림"…입시철이면 대학가는 '훌리' 전쟁
자료 조작해 줄세우기…성적표 위조로 "우리 학교 더 낫다" 주장까지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교육당국, 방치 말고 대책 마련해야"
- 김수완 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요즘은 서성한이 아니라 서한성", "이번에 수능 만점자 서울대 경영학과로 몰린다고 함"…
네이버 카페 '수만휘', 디씨인사이드 수능 갤러리 등 각종 인터넷 입시 관련 커뮤니티는 해마다 입시철이면 '훌리'로 인해 홍역을 치른다.
훌리는 훌리건을 줄여부르는 말이다. 훌리건은 원래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극성 축구팬들에게 붙여진 명칭이었다.
하지만 입시 관련 커뮤니티나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몇년 전부터 이 단어를 각 대학의 서열을 세우며 분쟁을 일으키는 사용자나 허위 입시정보로 수험생들을 혼란시키는 일부 세력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대학입시 훌리가 움직이는 패턴은 다양하다.
다른 학교를 비하하거나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유리하도록 신문기사·자료 등을 편집해 올리기도 하고 자신의 수능성적표 등을 조작해 자신의 학교가 더 우월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현재 다음 TIP 서비스에는 "이화여대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지 않느냐"는 질문이 올라와 있고 이에 대해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한국외대보다는 낮고 경희대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답변이 올라와 있다.
또 일부 커뮤니티 서비스에서는 '서연고 서성한'인지 '서고연 서성한'인지를 놓고 각 대학 훌리들이 분쟁을 벌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연고 서성한'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각 대학의 앞글자를 딴 인터넷 용어이며 훌리들은 이 글자의 순서대로 대학의 '서열'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훌리들의 행동 패턴이 단순한 '서열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시철이면 이같은 훌리들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자신의 학교에 유치하기 위해 자료 조작으로 수험생들을 혼란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역 재학생이 아닌 입시업체 관계자나 입시수험생까지 가세해 경쟁상대를 혼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훌리들의 '속임수'에 속아넘어간 피해는 고스란히 수험생들의 몫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작된 성적표를 이용해 수험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입시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한 수험생이 유명 입시사이트에 2015년도 서울대 경영대·사회대 예상 합격점수와 관련된 거짓 정보를 올리면서 가짜 수능성적표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민원인에 따르면 수험생 A씨는 서울대 정시전형 원서접수일인 지난달 19일을 앞두고 한 유명 대입 커뮤니티에 "100여명의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라며 서울대 경영대, 사회대 등의 예상 합격점수 커트라인을 올렸다.
A씨는 이어 자신이 정말 고득점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성적표도 올렸지만 일부 수험생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과 자신의 성적표에 찍인 직인이 다르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경찰수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한 사립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대입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입시를 지도해야 할 교사도, 수험생조차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촌극"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사는 "대학 훌리들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인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방치해두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한경쟁에서 비롯되는 대학 서열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거짓된 정보로 피해를 입는 학생들이 없도록 교육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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