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수장학회 입장은 인혁당 이어 판결 법리 이해 부족" 논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2.10.21/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박 후보에 대한 역사인식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 후보는 이날 고 김지태씨가 이른바 군사혁명정부 아래에서 재산을 강압적으로 헌납한 것과 관련해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 17부는 김씨가 군사정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하고 김씨와 김씨의 유족에게 취소권을 인정했지만 증여계약이 이뤄진 1962년 6월 20일부터 10년이 지나 이미 취소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 측의 '강박에 의한 행위로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김씨가 의사결정의 여지를 완전히 박탈 당한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효인 법률행위 경우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으므로 언제든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지만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입장 발표 후 박 후보는 서둘러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한 건 잘못 말한 것 같다"며 즉시 발언을 수정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미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판결은 두 가지' 발언으로 한차례 법원 판결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역사인식 논란에 휘말렸던 터라 이번에도 판결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 후보의 발언도 논란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5·16쿠데타 직후 수립된 군사혁명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사회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명분으로 부정축재처리요강을 발표했고 기업인들에 대해 부정축재 혐의로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보부 부산지부는 1962년 3월말~4월초 김지태씨가 세운 부일장학회 간부와 김씨가 운영하던 회사 임직원, 김씨 부인을 관세법 위반으로 줄줄이 구속했다. 또 일본에서 귀국한 김씨도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으며 군검찰은 그해 5월 24일 김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간부들은 김씨 등에게 재산을 국가에 헌납할 것을 요구했고, 김씨는 군검찰의 구형이 있은 다음날인 5월 25일 문화방송 발행 주식 100%와 부산일보 발행주식 100% 등을 포기하는 각서를 써준 뒤 석방됐다.

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5·16장학회가 1962년 7월 이 주식 등을 기본재산으로 해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고 9월에는 5·16 장학회 명의로 김씨가 넘긴 주식에 관한 주식양수절차를 모두 마친 뒤 명칭을 정수장학회로 변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정수장학회 공대위는 이날 박 후보의 입장에 대해 "부일장학회와 별개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박 후보의 자기중심적인 역사인식과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강탈했다고 판단한 법원의 결정마저도 무시하는 독단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