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인혁당 판결 두개' 발언, 일선 판사들 우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5주년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임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2.9.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5주년 전국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임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2.9.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 발언에 대해 일선 판사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면서 "그 부분도 어떤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했다.

이후 박 후보는 11일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조직에 몸 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한 판사는 "적어도 법률적으로 재심이라는 게 앞의 판결을 취소하는 거니까 재심 대상 판결은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뿐 아니라 발언 중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하면 이를 검토해야 하는데 오늘 다시 그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재심이 확정되면 재심 대상 판결은 효력이 없다. (박 후보의 발언은) 법률상으로는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지도자로서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적으로 (사건 피해자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법원의 또 다른 판사는 "박 후보의 발언을 법적으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며 "시대상황에 따라서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행한 시대이긴 했지만 그 시절 기준으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지금은 개선된 분위기에서 과거사 정리차원에서 판결이 두개라고 한다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은 1972년 유신이 선포된 뒤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주도로 대학가에 반유신 시위가 거세지자 중앙정보부가 민청학련의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해 270여명을 검거한 사건이다.

당시 구속된 인혁당 관련자 7명과 민청학련 관련자 1명은 1975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2005년 유족들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1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숨진 우홍선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har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