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위기 틈타 '16.4조 담합'…석화업체 임직원 등 43명 재판행(종합)
중동 위기 틈타 PVC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한 혐의
"형·나 마음먹었으니 PVC는 그렇게 한다" 노골적 담합도
- 김민재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문혜원 기자 = 검찰이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위기를 틈타 석유화학 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석유화학업체 전·현직 임직원 등 4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담합 규모는 약 16조396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1일 석유화학사 6곳과 전·현직 임직원 등 총 43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LG화학·애경케미칼·OCI·롯데정밀화학·PKC·유니드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5년 이상 핵심 석유화학제품 8개 품목에 대해 16조3961억 원 규모의 담합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배 모 PKC 영업본부장과 황 모 씨 등 석유화학업체 경영진 2명은 구속 기소됐다. 다만 장영수 전 PKC 대표와 김유신 OCI 대표 등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석유화학사 7곳과 가담자 중 책임이 무거운 개인 총 37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공급가격 변동 폭과 그 시기를 합의하거나 거래처 입찰에서 투찰가격을 합의하는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석유화학사들이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틈타 국내 제품 가격을 인상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막대한 부당 이득을 거뒀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은 팀장급 모임에서 품목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하는 합의를 진행하고, 담합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가격 인상 공문을 실행할 순서를 정하는 등 치밀하게 이뤄졌다.
석유화학사들은 구매입찰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대형 거래처에 대해 공동으로 결정한 가격 수준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에 낙찰업체와 입찰 가격을 합의했다.
검찰은 담합이 이뤄진 품목은 관련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재료라는 점에서 담합을 통해 초래된 피해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모두 전가됐다고 봤다.
피의자들은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및 하이포, TDI, ECH, 염소 등 8개 품목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PVC는 나프타 등을 원료로 하는 합성 플라스틱으로 건축자재와 파이프, 전선 피복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가소제는 PVC에 첨가해 제품을 유연하게 만드는 화학첨가제다.
수사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담합 행위를 포함하면 담합 규모가 20조~30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8개 품목을 초과하는 품목에 대한 담합 징후도 포착해서, 수사 주체·수사 착수 시기는 미지수지만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담합은 체계적·조직적으로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임자를 타사에 소개하는 식으로 담당자가 변경되더라도 담합이 지속되도록 했다. 일부 업체는 경쟁업체 관계자들과 회합을 전담하는 직원(연락책)을 지정하기도 했다.
석유화학업체 고위직 임원들 간의 노골적인 담합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 임원들은 "PVC는 형하고 나하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가는 거야. 형 사랑해요" 등 대화를 나눴다.
업체들은 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에게 "담합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하면서 검찰이 적발한 담합 사건에서 사용된 표현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 부장검사는 오는 2일부터 검찰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지만, 형벌감면신청사건(리니언시)에 관해서는 검사가 관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형벌감면신청은 검사의 기소 구형 권한과 관련된 것이라 (감면) 신청은 검사한테 할 수밖에 없다"며 "공소청에서 공정거래 사건 (리니언시) 단계에 검사가 개입돼서 협력하거나 견제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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