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복 벗은 구자현 "새 형사사법체계, 검사제도 근간 훼손"

검찰 내부망에 퇴임사…"검사의 사법관 역할 훨씬 강조될 것"
"공소청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 기록하는 것도 우리의 책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7.31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사의 표명 50여일 만에 퇴임한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검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한 측면이 있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수행했던 구 전 차장은 22일 내부망(이프로스)에 퇴임사를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가 실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사실과 증거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안 처리가 강행된 것은 분명 검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도개편 과정 전반에 걸쳐 언론뿐만 아니라 법조계·학계·여성단체 등 사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구 전 차장은 "특정한 사건을 염두에 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새로이 시행되는 제도에 문제점이 있더라도 이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조금 더 냉철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봐 달라"고 했다.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되는 공소청 체제와 관련해서는 "검사의 사법관으로서의 역할이 훨씬 강조되고 핵심적인 업무 가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경찰수사관의 역할 역시 형사 법무직으로서 형 집행, 범죄수익 환수,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통제 등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배들을 향해서는 "각자 위치에서 주어지는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되, 시스템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면 분명하게 공론화해 기록하고 신속하게 바로잡는 절차를 추진해 나가는 모습을 축적해나가면 된다"고 했다.

아울러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늘 그래왔듯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의연하게 결정을 내리시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끝으로 구 전 차장은 "검찰의 역사가 될 지금 이 순간들을 잘 기록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일하는 모습, 그동안 우리의 성과와 과오를 정확히 정리하고 공소청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음 세대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구 전 차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비공개 퇴임식을 끝으로 23년 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7월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지 53일 만이다.

사법연수원 29기로 2003년 임관된 구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변인 등을 지내며 수사와 기획, 공보를 두루 거친 '기획통'으로 꼽혔다.

법무·검찰개혁단장을 맡아 검찰개혁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지난 7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안타깝고 막막하다"며 사표를 던졌다.

법무부는 신임 대검찰청 차장으로 이정현 수원고검장(사법연수원 27기)을 임명했다. 이 고검장은 구 전 차장의 뒤를 이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