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어지는 조희대…추석 전 '재제청' 의견 밝힐까
靑 제청 반려 23일째…부친상·아태 대법원장 회의 등으로 장고
일주일 동안 3차례 '사법권 독립' 강조…추천위 재구성 무게
- 한수현 기자,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이장호 기자 = 대법관 재제청에 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한 지 23일째에 접어들었다.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를 비롯한 주요 일정들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4일 추석 연휴에 들어가기 전 조 대법원장이 공식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반려한 지 23일째인 이날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간 대법관 인선 시에는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된 뒤 대면 제청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을 요청받은 조 대법원장은 당초 지난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14일에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으며 16~18일에는 서울에서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개최되면서 조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 발표 시점은 더 늦어졌다.
이번 재제청 관련 입장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할지, 과거 전례와 법원조직법 규정에 근거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을지다.
청와대 등 여권은 나머지 3명 중 1명을 재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청와대가 염두에 둔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제청하라는 것으로 해석돼, 조 대법원장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과거 전례에 따라 추천위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조 대법원장이 최근 일주일 동안 공식 석상에서 세 차례나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개최된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에서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아·태 대법원장 회의 환영사에서는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8일 폐회사에선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성,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지켜져야 한다"며 재차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적으로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아니지만, 연이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것을 놓고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청와대와 여권 등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어떠한 도전'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것은 이번 재제청 사태를 염두에 두고 한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 재구성이라는 선택을 할 경우, 청와대·여당과 대법원 사이의 갈등 수위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탄핵 추진 목소리도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가 기관들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18일 임명 제청한 지 한 달 만이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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