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취소 없어도 방법 많다"…李, 특검법 조항 삭제 요청에도 우려 여전

이 대통령, 공소취소 물러섰지만…"조작기소, 진상 규명해야"
특검·미래위 '투트랙' 전망…법조계 "공소취소→공소기각 꼼수"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9.18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이른바 '조작기소'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과 관련해 "특검의 권한 중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검의 권한을 공소취소가 아닌 진상규명으로 좁혀 '셀프 사면' 논란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에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검 수사를 통해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제기 과정에 중대한 위법이나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명분을 만든 뒤, 검찰의 공소취소나 법원의 공고기각을 끌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 대통령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진상규명 필요성은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묻는 말에 "불필요하게 공소 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 논란에 대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통한 '의혹 규명' 필요성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저만이 아니다"라며 "이런 악의적인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 등 12개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한 특검법을 발의했다가 여론 반발을 의식해 논의를 멈춘 바 있다. 해당 특검법 수사 대상 중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8건에 달한다.

특검과 별개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를 통한 진상 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미래위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9건의 진상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해 조사 중이다. 이 가운데서도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 사건이 8건(쌍방울·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법인카드 유용·김용 금품수수 및 위증)이 포함돼 있다.

조작기소 특검은 출범 시점에 따라 검찰미래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반영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특검과 검찰미래위의 수사·조사가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미래위 산하 진상조사단은 이달 22일 종료 예정이었던 기본 활동 기간을 30일 연장한 상태다. 조사단은 필요한 경우 30일 단위로 활동 기간의 연장을 요청할 수 있으며, 횟수에 제한은 없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30 ⓒ 뉴스1 신웅수 기자
특검·미래위 "위법한 기소" 결론 땐…공소기각 등 같은 효과

법조계의 눈초리는 냉랭하다. 특검의 손에서 공소취소 권한을 거둬들이더라도, 법원이 공소기각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만큼 결국 '셀프 면죄부'의 수단만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특검과 검찰미래위가 이 대통령 형사사건의 기소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고 결론낼 경우 검찰이 스스로 공소취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27조는 공소제기에 '중대한 위법수사'나 '현저한 소추재량권 일탈'이 인정될 때 법원은 해당 공소제기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금까지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돼 온 '공소권 남용'을 법률상 공소기각 사유로 명문화한 것이다.

특히 개정법 부칙에는 법 시행 당시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별도의 경과규정이 없다. 형사절차법은 원칙적으로 시행 시점에 진행 중인 절차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 사건처럼 10월 2일에도 계속 중인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새 조항을 근거로 공소기각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검찰이 자발적으로 공소취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검이나 검찰미래위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제기 과정에 중대한 위법·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결론 내릴 경우다. 이 대통령 관련 재판 중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불법 후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6건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아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 취소가 가능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조작기소 의혹은 살펴보라고 한 점에서 (공소취소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취소 조항을 빼더라도 (공소를 기각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도 이 대통령이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요청한 것에 대해 "지지율이 낮아지니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여론이 잦아들면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지 않겠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국무조정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는 "진상 규명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을 규정하면 공소취소를 목적으로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살 수 있다"며 "이 대통령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양 변호사는 "(조작기소) 특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 검찰이 공소취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이 직접 공소취소할 수 있다"며 "공소취소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원이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특검 수사 결과를 재판에 얼마나 반영할지도 법원의 몫"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인선 절차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김승원 후보자가 각종 신상 의혹에 휩싸였다는 지적에 "아직 (임명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들, 국민 눈높이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범여권 강경파를 중심으로 비토론이 확산 중인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선 "지금 현재 모든 추천 인사들에 대해서 아무런 지적이 없이 칭찬받기만을 바라는 것은 과욕일 것"이라고 겸허한 자세를 보이면서 "인사 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주말 간 숙고를 거쳐 이르면 주초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