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법원 "박해 위험, 난민 맞다"
'가정교회' 형태로 포교하다 동료 신도 체포되자 한국 입국
"이란 내 기독교인 처우 고려할 때 박해받을 만한 공포 인정돼"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본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국적 남성이 한국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란 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이란 국적자 A 씨가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모태 무슬림으로 이슬람 신학교까지 다녔으나, 교리가 자신의 양심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이스파한시 소재 교회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접한 그는 관광객으로 위장해 입국한 기독교 전도사들을 만나 그들의 호텔 방에서 세례를 받으며 개종했다.
개종 후 A 씨는 튀르키예, 필리핀 등 해외에서 기독교 교육을 이수했다. 귀국한 뒤에는 자택에서 비밀스럽게 신앙을 나누는 이른바 '가정교회' 형태로 포교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8년 동료 교인이 경찰에 붙잡히고, 혁명수비대 소속 가족으로부터 본인 역시 곧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A 씨는 그해 필리핀을 거쳐 한국으로 피신했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예배와 전도 활동에 힘쓴 그는 2020년 난민인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국은 신청 경위 관련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반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밝힌 일련의 사실관계가 구체적일뿐더러 일관성이 있고 뚜렷한 모순점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보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가령 이란 내 기독교 활동이 가정교회 위주로 진행되는 점이나, 현지에서 기독교 세례를 '수영'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는 점 등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란인이라면 파악하기 힘든 구체적인 정황이라고 봤다.
법원은 이란 내 기독교인들의 열악한 처우를 고려할 때 A 씨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만한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슬람교는 이란의 국가 정체성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슬람 종교 율법에 의하면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고, 이는 이란 법률상 형사 범죄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대한민국 입국 전후로 행한 여러 종교활동 등은 그 자체로 이란의 헌법, 형사법, 샤리아에 따라 사형에까지 처해지는 배교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국가에선 사회적 결속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고,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 인권침해나 차별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minj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