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처방 후 간장애 의료사고…대법 "의사에 형사책임 못 물어"
대법, 하급심서 유죄 받은 의사들 무죄 취지 파기환송
"약물과민반응 증후군 조기진단 가능했어야…합리적 재량 내"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피부발진 환자가 의사의 처방 후 갑작스러운 간 기능 악화로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더라도 조기에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임을 진단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의사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부과 의사 A 씨와 소아청소년과 의사 B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의료 사고는 2013년 발생했다. 당시 12세였던 피해자 C는 피부발진을 치료하기 위해 A 씨가 소속된 피부과를 찾았다. 당시 C는 '답손'을 처방받고 고열이 발생해 B 씨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C는 갑작스럽게 간 기능이 악화하는 전격성 간부전으로 혼수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간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답손을 처방하면서 C에게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고 부작용이 발생했을 시 투약을 중단하라는 설명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답손은 독성간염 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항생제로, 의사는 답손 투약 전후로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를 해야 하고 처방 시 환자에게 일반적인 주의사항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B 씨는 2013년 8월 6일 '답손을 중단하고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 볼 수 있다'는 피부과 협진 회신을 받고도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사흘 뒤인 2013년 8월 9일 2차 협진 회신을 받고 뒤늦게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했는데, 이때도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지 않고 투여와 중단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2021년 11월 "설명의무 위반에 의한 업무상 과실로 C에게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죄책은 결코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 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B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B 씨는 피부과의 협진 회신이 오기 전 이미 답손 투약 중지를 지시했고 그 이후 정황을 지켜보면서 경과를 관찰한 다음 적절한 다음 조치를 취하기로 판단했다고 보인다"며 "잘못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2심은 2023년 2월 A 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며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B 씨에 대한 무죄 판단을 뒤집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지속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채 스테로이드의 단기 투여와 중단을 반복한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며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답손 투약을 중단하고 여러 검사를 시행했더라도 조기에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을 진단할 수 없었다며 업무상 과실과 상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이 상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려면 전혈구검사와 간기능검사를 시행했더라면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 결과가 나와 C에게 조기 치료가 시행돼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B 씨에 대해서도 "스테로이드를 보다 조기에 지속해서 투여했더라면 C 씨가 경증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사후적 평가"라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백혈구의 일종으로 알레르기 반응 조절 등 역할을 하는 '호산구' 수치는 약물과민반응 증후군의 핵심 진단 지표인데, C는 응급실에 내원한 때부터 전원된 때까지 정상범위 상한을 한 번도 초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열·발진·간기능 수치 이상은 세균·바이러스 감염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이라며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않고 감염증 여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며 C의 경과를 관찰한 진료 방법 선택이 임상의학 지식과 준칙에 비추어 봤을 때 의사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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