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국민의 재판 불신 잊지 말아야"…대법관 2석 공백 현실화(종합)

"대법, 국가적 위기 상황서 입장 제대로 전달 실패"
후임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14일 인사청문회 실시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7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이흥구 대법관(63·사법연수원 22기)이 퇴임식에서 이른바 사법 3법 도입에 대해 "입법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의 퇴임으로 대법원은 '12인 체제'가 됐다.

이 대법관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법 3법의)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며 "법원은 앞으로 어떤 국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재판소원과 법왜곡죄에 대해 "법원이나 법관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하겠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지위나 역할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부적 환경은 법관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재판을 함으로써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대법원의 구조와 기능, 전체 법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므로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법관 수는 2030년까지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이 대법관은 1심과 2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 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고등법원이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감당하게 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대법관은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며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올 때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했는지, 이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해야 한다"며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이 대법관은 서울지법, 부산고법, 울산지법, 대구고법 등을 거쳐 지난 2020년 9월 대법관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이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흥구 대법관 퇴임식에서 이 대법관의 퇴임사를 경청하고 있다. 2026.9.7 ⓒ 뉴스1 김민지 기자

이 대법관 후임으로는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가 임명 제청됐다. 김 대법관 후보자는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오는 16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이후 곧바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최소 10일 동안 대법관 2명 공석 사태가 계속된다.

특히 3부가 오석준·이숙연 대법관 2명으로 줄어든다. 3부 소속이던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7월부터 법원행정처장직을 맡고 재판 업무에서 빠진 상황에서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다.

대법관이 퇴임으로 공석이 되면 대법원은 기존 대법관이 담당하던 사건의 심리를 중단했다가 후임 대법관이 사건을 이어받는다. 다만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이나 심리불속행 기간이 임박한 사건 등 시급한 사안의 경우 다른 대법관에게 사건이 재배당된다.

소부 구성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소부는 4명으로 구성되고 최소 3명이 있어야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部)에서 먼저 사건을 심리해 의견이 일치한 경우에 한정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부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을 비롯해 이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사건들의 심리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사건은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상고심도 이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있었다. 또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가 학교폭력 가해자들과 학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도 이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심리해 왔다. 피해자 유족 대리인이었던 권경애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은 소송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64·16기)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를 반려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제청에 관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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