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퇴임…"사법 3법 입법 과정 충격적…국민 피해 없게 해야"
"대법, 국가적 위기 상황서 입장 제대로 전달 실패"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이흥구 대법관(63·사법연수원 22기)이 퇴임식에서 이른바 사법 3법 도입에 대해 "법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입법과정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런 입법 배경에는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오래된 불만, 불신이 깔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법원으로서는 앞으로 어떤 국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재판소원과 법왜곡죄에 대해 "법원이나 법관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하겠지만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지위나 역할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부적 환경은 법관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재판을 함으로써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대법원의 구조와 기능, 전체 법원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므로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대법관 수는 2030년까지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다.
이 대법관은 1심과 2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 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고등법원이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감당하게 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더욱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대법관은 "12·3 비상계엄 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대법원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께 법원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소통하면서 사법부가 어떤 판단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전달해야 한다"며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점점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는 냉정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올 때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정치적 사건이 법원으로 몰려들수록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법원의 언어와 문법으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건이 쏟아지면서 그 여파로 법원이 흔들릴수록 법원의 문법과 지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이에 충실했는지, 이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묻고 답해야 한다"며 "이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이 대법관은 서울지법, 부산고법, 울산지법, 대구고법 등을 거쳐 지난 2020년 9월 대법관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진 이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처음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이 대법관 후임으로는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가 임명 제청됐다. 김 대법관 후보자는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16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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