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법관 재제청' 갈등…조희대 "내주 공식 입장 밝히겠다"(종합)
조희대, 靑 '제청 반려'에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공식 입장 낼 것"
31일 법사위 불출석 의견 낸 조희대, 언제·어떤 입장 밝힐지 '주목'
- 최동현 기자, 이장호 기자, 김세정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이장호 김세정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은 28일 청와대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대구지법 부장판사) 제청 반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6시11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릴 예정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음 주 정리가 되면, 모든 내용을 정식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24기)를 임명해달라고 제청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제청안을 올려 여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손 부장판사는 여권 내 비토가 강한 인물이어서 논란이 커졌다.
강 대변인은 "이번 노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 임명권자(대통령)와 제청권자(대법원장)의 협의 관행을 깬 것에 대해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킨 일"이라고 직격했다.
68년 전인 1958년 이승만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후임 임명 과정에서 법관회의에서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반려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것은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청와대가 대법원에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이젠 조 대법원장이 다시 공을 받아든 상황이다.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절차를 새롭게 진행할지, 아니면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다른 3명의 추천 후보 중 한 명을 제청할 것인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추천위가 손 부장판사와 함께 추천한 후보 3명 중 1명을 재제청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권 측 주장과는 달리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과거 추천 후보자가 자진 사퇴 해 제청이 다시 이뤄졌을 때 후보 추천위가 다시 열린 선례가 있는 점, 법원조직법이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재제청을 해야 할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법조계에도 재제청을 할 경우 추천위를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만약 이미 추천한 후보 중에서 재제청해야 할 경우, 대통령이 계속해서 반려해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임명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할 경우 여권과의 갈등이 심화해, 여당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을 본격 추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되도록 기존에 추천된 3명 중에서 1명을 제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대법관 공석이 더 장기화해 상고심 재판 지연이 더욱 심화하는 상황을 막고, 청와대와의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 3명 중 1명을 재제청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안팎에선 조 대법원장이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만큼, 주말 동안 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조 대법원장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사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 출석 요구에 대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는 의견서에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며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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