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반려에…판사들 "납득 안돼, 특정인 원하면 제청권 침해"

"대법원장이 올렸다는 후보에 대해서만 문제 삼은 걸로 보여"
청와대-대법원장 갈등 장기화에 사기 꺾여…"판사들끼리 얘기 조심"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8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문혜원 기자 =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8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명권자(대통령)와 제청권자(대법원장)의 협의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킨 일"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직격했다.

청와대는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물은 사실도 문제로 들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과 이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 부장판사와 김성수 부장판사(24기)를 임명해달라고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제청안을 올려 여권의 반발을 샀다.

이를 놓고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위해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려하는 사유도 납득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 재임 기간에 20명 넘는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조 대법원장은) 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한 것인데, 그 부분을 문제 삼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추천위에서 올리는 후보에도 제한이 생길 수 있다. 과연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추천위가 (후보를) 올리고 대법원장이 제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대법관으로 원하는) 특정인이 있다면 결국 제청권 침해"라며 "특정 인물로 귀결될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제청을) 다시 하게 하려는 것은 예상했던 대로"라며 "서면 제청을 문제 삼아서 절차적인 문제를 삼는다면 김성수 부장판사도 제청은 서면으로 한 거여서 둘 다 안 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는데, 그것보다 대법원장이 올렸다는 후보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후보추천위에서 다시 추천을 받는다면 (후보를) 천거 절차도 거쳐야 하는데, 손봉기 부장판사와 함께 추천위에서 추천한 4명 중 (청와대가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고법판사가 이름을 올릴지도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관 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법관들의 사기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판사들은 사건 처리하기도 어려운데 (대법관 제청이란) 더 어려운 문제가 등장해서 골치 아프다"며 "원만하게 해결되면 좋은데 청와대와 대법원장의 생각이 다르다 보니 앞을 짐작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관 제청 문제로 이렇게까지 문제 된 경우가 없었다"며 "(대법관 제청 문제가) 정치적으로 흘러가다 보니 판사들끼리도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