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명 중" vs "법대로 추천위 다시"… 대법관 재제청 놓고 갈등
김민석 "추천위 무력화 대법원장 노림수…법 개정 검토"
법조계 "반려 반복시 대통령 원하는 사람만…추천 절차 다시"
- 이장호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문혜원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을 경우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야 하는지가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추천위의 추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봐 이미 추천된 후보군에서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할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후보자를 꾸려야 하고, 오히려 여당의 주장은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만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기존 관례인 대면이 아닌 서면 방식으로 임명 제청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고, 청와대에서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여권과 사법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거나, 국회 임명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야 한다.
이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3명의 추천 후보 중 한 명을 제청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2항은 추천위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추천위가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면 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대법원이 후보 추천 절차를 무효화시키고 새로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추천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점을 언급하며 조 대법원장의 이번 서면 제청이 후보 추천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의 협의 없는 일방적 방안을 정부가 반려하게 해서 대법관 추천위원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조 원장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허망한 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 송부나 법원 반려 결정을 보류하고, 국회는 법원조직법 제41조 2의 대법관을 추천할 때마다 추천인을 구성하게 돼 있는 법적 맹점을 개정해 꼼수를 막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법원조직법 개정 추진을 시사했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조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경우 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3명 중에서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거 추천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해 제청이 다시 이뤄졌을 때 후보 추천위가 다시 열린 선례가 있는 점, 법원조직법이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재제청을 해야 할 경우 추천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에 대해 반려를 한 경우는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 다만 후보자가 청문회를 진행한 뒤 자진 사퇴해 제청 절차가 다시 진행된 경우는 있는데, 이때는 후보 추천위가 다시 열렸다.
2012년 양승태 대법원장은 청문회 과정 중 저축은행 수사 개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제기돼 김병화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추천위를 다시 거친 뒤 김소영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법조계에선 재제청을 해야 할 경우 추천위가 다시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추천위에서 추천한 4명 중 1명을 제청함으로써 절차적 흐름은 한 단계 마무리된 것"이라며 "제청을 다시 할 경우 현행법상 추천부터 절차를 다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꾸 특정인을 시키려고 하는 건데, 그러면 추천위에서 다시 그 인물을 추천하면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법원조직법에 추천위 의견을 대법원장이 존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존중했는데도 마땅한 제청 후보가 없다고 하면 (추천위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제청을 함으로써 추천위의 추천은 수명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만약 대통령이 계속 반려할 경우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헌법이 마련해 놓은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사법부 역할이 완전히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다시 추천위를 열어 더 좋은 후보들을 찾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만약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 제청에 대한 숙고가 길어지는 사이,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재제청시 추천위를 다시 열지 못하게 못 박을 경우 대법관 공백 사태는 더욱 장기화되고, 위헌논란이 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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