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든 '법원행정처 폐지론'…"무작정 폐지는 국민 피해로"
대법관 서면 제청 갈등 계기로 與 일각서 '법원행정처 폐지' 거론
"법원 흔들려는 목적" "말 안 듣는 기관 기능 축소, 부작용 발생"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법조계에선 법원이 정치권 이슈에 휘말릴 때마다 나오는 법원행정처 폐지론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25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법원행정처 폐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예전에 박근혜 사법농단 때 대법원에서도 바꾸겠다고 내놓은 안이 있다. 거기도 법원행정처 폐지가 골자였다"고 했다.
당내에는 법원행정처 폐지 추진에 신중한 기류도 읽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역대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법치주의의 상징이자 존엄과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의 조 대법원장은 품격을 스스로 내던진 채 '희대의 대법원장'으로 전락했다"면서도 법원행정처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법원행정처 폐지론은 지난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때부터 사법부에 대한 개혁 논의가 대두될 때마다 거론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판사 성향을 파악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원 안팎에서 그 존폐에 관한 목소리가 거세졌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기구의 구조와 권한 등을 설계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개혁은 번번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2017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법관 인사·징계권, 법원 예산 수립·집행 등 주요 권한을 갖는 '사법평의회' 신설안을 내놨으나, 대법원은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8년 12월 대법원은 국회에 '사법행정회의' 신설, 법원행정처 폐지와 법원 사무처 신설 등을 담은 법률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설득은 물론 사법부 내부에서도 반발이 잇따르면서 끝내 무산됐다.
대법원은 2019년 9월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했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해 줄곧 논란이 됐다.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폐지됐다.
지난해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법원행정처 폐지 △전관예우 근절 △법관 징계 실질화 △판사회의 실질화 등 사법개혁안을 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서면 제청 사태와 관련이 적은 법원행정처 폐지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법원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룬다.
그럼에도 여당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하려는 것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 이후 관료화를 우려해 법관을 최대한 축소해 운영했다가 결국 다시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법관을 빼고 행정처를 폐지하면 재판 업무 보조 업무 기관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폐지를 하는 김에 다 없애면 좋겠다. 아예 재판을 안 하게 법원을 없애면 어떻겠냐"고 비꼬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사태가 법원행정처의 비리나 부실 등의 문제로 촉발된 게 아니지 않냐"며 "법원을 흔들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법원행정처 폐지가 추진되다 안 된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검찰 개혁이라고 하면서 결국 검사가 수사도 못 하게 했고, 이번엔 사법 개혁이라고 하면서 법원을 흔들고 있다"며 "(여당이) 말을 안 듣는 것 같은 국가기관들의 원래 기능들을 자꾸 축소하고 있는데, 이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해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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