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는 혈액 채취는 무효"…음주운전 40대 무죄 확정
"30~40분 10여 차례 호흡측정 응해…혈액 채취 유도"
"자유로운 의사로 혈액 채취 요구 동의?…인정 어려워"
-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경찰이 채혈 검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해당 혈액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9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A 씨의 재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22년 2월 대전 유성구에서 약 250m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9%였다.
A 씨는 같은 해 6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약식명령은 벌금, 과료 등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내리는 사건에서 정식 재판 없이 검사가 제출한 기록 등을 읽어보고 법원이 내리는 판단이다.
A 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1심은 2023년 2월 "혈액 채취가 자발적인 동의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혈액 채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으므로 혈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것으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음주운전 단속 당시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30~40분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호흡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기량이 부족해 결괏값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A 씨에게 혈액 채취 방식으로 음주 여부를 측정하자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A 씨가 추운 날씨에서 30~40분간 10여 차례에 걸쳐 호흡측정에 응한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경찰관들의 조치는 혈액 채취에 의한 음주측정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심은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2024년 9월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혈액 채취를 꼭 해야 한다는 강압적 분위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며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위반했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파기환송심은 1심과 같이 경찰이 수집한 혈액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채혈을 요구하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다"면서도 "A 씨가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자유로운 의사로 요구에 동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경찰관이 임의제출받은 A 씨의 혈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감정서는 혈액을 기초로 한 2차적 증거로, 역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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