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로키]조희대 대법원장은 무엇을 지키려 하나
사법부 수장은 원칙과 정무 감각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원칙과 정무적 감각은 결정적 순간에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군경, 검찰, 국정원 지휘관들이나 중간 간부가 그랬다. 이들은 계엄령 발동에 따른 통제 및 체포, 수용(收容) 공간 확보 지시를 받았다.
그들 중 일부는 계엄 직후 지시를 수행 또는 적극적 검토를 하다가, 계엄 해제 등 상황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자 명령을 불수용하거나 반발했다. 나름의 '정무적 판단'으로 나온 모습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포함한 상당수가 혐의가 인정돼 기소되거나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군용 헬기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계엄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계엄 세력의 연락관 파견 요청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법원행정처 실무자에게 "파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행정처 간부들에게 "계엄은 위헌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만일 그가 연락관을 파견하거나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내란 관련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내란특검은 지난해 12월 조 대법원장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
그런데도 그는 범여권으로부터 '내란 세력'으로 지목됐다. 왜 그런 것일까. 발단은 지난해 5일 1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이었다.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된 이 사건의 상고심 결론은 원심 무죄를 뒤집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었다.
대선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접수해 35일 만에 선고했다. 이는 같은 해(2025년) 상반기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접수해 선고하는 데 걸린 시간(3.1개월)의 3분의 1수준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과 여권은 당연히 선거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 또한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왜 의심을 자초하면서까지,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를 아는 법조계 인사들은 조 대법원장의 '6·3·3' 원칙 때문이라고 본다. 6·3·3은 선거사범 재판의 경우 1심 6개월, 항소심·상고심 각각 3개월 등 총 1년 안에 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270조의 규정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 상고심 전만 해도 6·3·3은 사문화된 상태였다. 법원 일각에서도 굳이 상고심을 서둘러야 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에도 당선됐고, 사법부는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려오듯 소환됐다. 범여권은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 견제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을 입법화했다. 상고심 결론이 대선 전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범여권은 이러한 사법개혁을 강행했을까.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가지만큼은 분명하게 지켜냈다. 형해화하던 6·3·3이다. 문언주의자인 조 대법원장은 원칙으로써 사법부 독립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위기를 몰고왔던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하면서 다시금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대통령 면담 협의 후 제청'이라는 관례를 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법원장이 관할하는 법원행정처와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청와대 간 입장이 엇갈린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특정 후보자를 놓고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이것이 서면 제청 논란의 시작이 됐던 것으로 본다.
당장 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와 함께 법원행정처 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과반의 범여권이면 법원행정처의 권한과 존립을 흔드는 법안을 현실화할 수 있다. 또 대법원과 청와대의 갈등으로 대법관 후임 인선이 도리어 장기화하고, 대법원의 재판 지연과 사건 적체가 심화할 수 있다.
반면에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원칙대로 행사됐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을 문언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그 결과, 한 가지를 분명하게 환기시켰다.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은 '동등하다'는 점이다. 환기된 건, '삼권분립'이다. 조 대법원장의 후임은 이를 토대로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역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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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어 단어 로키(lowkey)는 '사실은' '은근히' '조용히' 등을 뜻합니다. 최근 영미권 MZ세대들 사이에선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은근히 표현할 때' 쓰입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