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 알고도 국내주소로 소송…대법 "항소기회 다시 따져야"
"판결문 첫 장 받았다고 공시송달까지 안 것으로 볼 수 없어"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상대방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 주소로 소송을 내 공시송달로 승소했다면, 상대방이 뒤늦게 판결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소 기회를 잃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 7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 씨의 추후보완항소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은 A 씨와 B 씨가 2018년 베트남에서 학원 사업을 함께 운영하기로 동업계약을 맺었다가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A 씨는 계약을 해지한 뒤 B 씨가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2019년 12월 1억 6205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B 씨는 사업을 위해 베트남에 살고 있었고 A 씨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소장에는 B 씨의 국내 주민등록지 주소가 적혔다. 법원이 해당 주소로 우편·특별송달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자 소장과 변론기일통지서 등을 공시송달했다.
결국 B 씨가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됐고 1심은 2020년 5월 B 씨가 A 씨에게 1억 6205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정본도 공시송달됐다.
이후 B 씨는 2023년 4월 판결등본을 발급받은 뒤에야 추후보완항소를 냈다. 추후보완항소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해당 사유가 사라진 뒤 뒤늦게 제기하는 항소를 말한다.
그러나 2심은 이를 각하했다. A 씨가 2021년 12월 B 씨에게 사건번호와 당사자, 판결 주문 등이 적힌 1심 판결문 첫 장 사진을 보냈고 B 씨가 "이미 그 사본을 갖고 있다"고 답한 만큼, 늦어도 당시에는 판결과 공시송달 사실을 알았다고 봤다.
즉 이 시점(2021년 12월)부터 14일 내에 항소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공시송달됐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다르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유가 없어진 후'라고 함은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다"라며 "더 나아가 그 판결이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킨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보낸 판결문 사진만으로는 법원명과 사건번호, 당사자, 주문과 청구취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청구원인이나 판결이 공시송달됐다는 사실까지 알기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이미 그 사본을 갖고 있다"는 B 씨의 답변 역시 당시 두 사람이 송금 문제와 동물학대 동영상 전송 문제 등 다른 사안을 두고 다투고 있던 때여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 1면을 촬영한 사진 등을 전송받았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1심 판결이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이 추후보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상고심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은 B 씨가 1심 판결이 공시송달된 사실을 실제 언제 알았는지 등을 다시 따져 추후보완항소가 적법했는지를 판단할 전망이다.
zionwk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