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에 비밀투표도 생략…법원 "징계절차 어긴 해고…무효"
"불참 위원이 나중에 녹취 들어도 하자 치유 안 돼"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회사 기술을 이용해 동종업계 사업을 추진했다는 등의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했더라도 회사가 정한 징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농업 컨설팅 업체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6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사는 연구개발팀 직원 3명이 회사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동종업계 사업을 추진하고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근무시간 중 회사 업무 외 사업을 진행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징계해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판단을 뒤집었다. 징계사유와 징계 수위는 인정하면서도 징계위원회 구성과 의결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본 것이다.
A 사가 중노위 판단에 불복해 지난해 5월 소송을 냈으나, 법원 역시 중노위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A 사의 징계관리규정은 징계위원회 회의정족수를 4명 이상으로 정하고 의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인사위원회에는 징계위원 3명만 참석했고, 불참한 위원은 이후 녹취록을 청취한 뒤 의결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단지 위원들이 인사위원회 개최 다음 날 모여 녹취록을 청취했다는 것만으로는 참가인들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거나 회의정족수를 위반한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참한 징계위원을 대신해 변호사가 참석했다는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위원이 제3자에게 참석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이를 허용하면 징계위원의 자격을 제한한 규정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점에서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은 점도 중대한 하자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기명 비밀투표는 투표의 비밀성을 보장해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위원들의 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 구성에 관한 규정을 위배해 징계처분을 했다면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A 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사는 이런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항소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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