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용공작' 피해 유족, 재심 재판부 기피 신청…"개시 기각 재판부"
재심 청구 기각 후 항고심서 재심 개시 결정…"절차적 신뢰 문제"
- 한수현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1971년 육군 보안사령부에 영장 없이 체포돼 불법 구금된 뒤 이른바 '역용공작(이중간첩)'으로 이용된 고(故) 서병호 씨 유족이 재심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씨 유족은 지난 14일 서 씨의 재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에 대한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날로 예정된 서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사건의 첫 공판은 추후 지정으로 미뤄졌다.
유족 측은 해당 재판부가 재심 청구를 한 차례 기각했다는 기피 사유를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재판부는 불법 구금·가혹행위의 존부라는 실체적 사실관계에 관해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하고, 그 결론을 결정문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족 측은 "재판부는 이미 불법체포·감금돼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고문·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단정했다"며 "그 판단이 항고심에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됐고, 국가 폭력 피해 회복 절차에서 유족의 절차적 신뢰가 절차의 정당성 자체를 구성한다는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족 측은 대법원에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이 상급심에서 뒤집힐 경우, 기존 재판부에 배당하지 않도록 관련 예규를 개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개별 법관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누가 담당하더라도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의 문제"라며 "정당한 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간인인 서 씨는 1971년 육군 보안사령부에서 약 19일간 불법 구금 상태로 조사받고, 이른바 '역용공작'의 공작원으로 활용된 뒤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2년 확정 판결을 받았고, 1983년 만기 출소했다.
서 씨는 2017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2020년 기각됐고, 2021년 서 씨의 사망으로 절차가 종료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4년 1월 서 씨에 대한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를 확인하고, 서 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보고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유족은 2차 재심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검찰로부터 "관련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 심리를 종결하고 지난해 7월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유족 측은 즉시 항고했고, 서울고법은 검찰이 재심 사유가 존재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유족 측의 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재심 개시 이후 유족 측은 해당 재판부에 재배당 요구 검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재배당이 이뤄지지 않자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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