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수사관 수사도 검사의 수사개시로 봐야"…직접 기소 위법

"검찰수사관은 독자적 수사개시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하에 수사에 착수했다면 사실상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해당 사건을 직접 기소했다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7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 씨 등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구미시 공원녹지과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등산로 보행용 매트 납품업체 운영자 B 씨에게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녀 2명을 업체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게 한 뒤 2021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8357만 원을 급여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이듬해 기소됐다.

A 씨는 2016 민간공원 조성 사업 관계자 C 씨에게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기로 하고 자신의 개발사업 설계용역비 68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C 씨가 2022년 대구지검에 용역비 대납 사실을 고발하며 드러났다. 용역비 대납을 제외하고는 검찰수사관이 혐의를 발견해 지휘 검사 수사 하에 송치하고 기소까지 이뤄졌다.

A 씨 등 피고인들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러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 검찰청법 제4조 2항을 들어 해당 공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검찰청법 제4조 2항 적용에 있어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 수사관이 송치한 범죄'는 동일하게 취급함이 상당하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1억 5000여 만 원의 추징 명령도 내렸다. 2심도 A 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며 검찰수사관이 어떤 범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검찰수사관의 수사개시가 아닌 '검사 자신의 수사개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또 검찰수사관이 수사에 착수한 범죄를 송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사의 수사가 지속된 것이므로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C 씨의 용역비 대납을 제외한 범죄에 대해 제기된 공소는 '검사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를 공소 제기한 것이므로 공소기각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관이 검사 지휘로 착수한 수사가 '검사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포함되는지 명확히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며 "검찰수사관은 독자적 수사개시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