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가사·자녀 양육 기여' 판결…향후 재산분할 소송 미칠 영향은?

가사·양육 기여 인정 및 3분의 1 분할 비율은 일반적
하급심 판단 길라잡이 대법…사회적 파장 크지만 실무 적용은 '글쎄'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약 2년 2개월 만에 법정에서 만났다. (공동취재) 2026.6.15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산분할'이 또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 파기환송심이 인정한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유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산 분할 소송이 확정 될 경우 향후 가사 소송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의 막바지인 지난 14일 오후 11시 59분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 원 및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5%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하라고 했다.

단 대법원 환송 취지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불법 뇌물로 보고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판부가 인정한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은 3분의 1이다. 특히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이에는 노 관장의 가사·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했다"고 봤다. 이 밖에도 혼인 당시 양측의 보유 자산, 공동재산의 취득 경위와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할 비율을 정했다.

"가사 노동 기여 인정은 이미 일반적…1/3 분할도 이례적 아냐"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이 정한 재산분할 비율이나 가사 기여도 인정 자체에는 특별히 새로운 법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가사 노동이 결혼 생활에 대한 기여로 인정되는 건 일반적인 판례이기 때문이다.

김현기 법무법인 승원 변호사는 "3분의 1 정도의 재산분할 비율은 충분히 기존 판결에도 들어가는 부분이다. 아무리 긴 혼인 관계에서도 기여도가 20%나 30% 이하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사 노동의 빈도나 양육 관여도를 일일이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실무적으로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혼인 기간이다.

김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혼인 기간의 영향이 크다"며 "혼인 기간이 15년~20년이면 재판부가 기여도를 50%에서 수렴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가사·양육 기여뿐 아니라 재벌가의 천문학적인 재산 규모와 주식 가치 변동 등이 재산분할 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다만 이후 최 회장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데 참작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가사나 대외활동 기여를 더 많이 인정했다기보다도 이혼 확정 후 주식 가격이 뛴 것을 감안한 게 더 크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도 "결국은 재판부가 비율보다 금액을 정해놓고 적정한지 따진 다음 사후적으로 기여도를 맞추는 느낌도 사실 없지 않아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확정시 이후 판결에 영향 미칠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일반적인 이혼·재산분할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법조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인철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사건인 데다 대법원 판단까지 거치는 만큼 향후 유사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이미 상담 시 자기 사건에 미칠 영향을 묻는 의뢰인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국내 재판 실무에서 전체 재산 규모가 클 경우 분할 비율이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법원이 파기환송심의 분할 비율을 그대로 인정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의 결론이 유지될 가능성도 반반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현곤 변호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사건 자체가 일반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1심, 항소심, 대법원, 파기환송심 이렇게 네 번을 거쳤는데 금액도 다 다르고 기준도 다 다르다"며 "재산분할 기준에 대해 워낙 추상적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법원 재량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을 불법 자금이라는 이유로 노 관장의 기여에서 제외한 판단이 향후 재산분할 실무의 일반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여태까지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합법 여부를 평가한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재산분할을 할 때 기여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다 판단해야 한다면 재산분할 실무 자체가 바뀐다. 수십 년 전 일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에 적용하기 어려운 판결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 판결의 기준이 돼야 하는데 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판결을 자꾸 선고하면 대법원 자체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또 다시 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