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취식 신고 식당 회칼 챙겨 다시 방문…'살인예비' 1·2심 판단 엇갈려
1심 "살해 의도 있었다"…배심원 만장일치 유죄
항소심 "살해 고의 단정 못 해"…특수협박 미수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무전취식을 신고한 식당 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회칼을 들고 다시 식당을 찾아간 남성에게 살인예비죄를 인정한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3부(부장판사 김영현)는 최근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특수협박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4일 새벽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음식값 1만 5000원을 내지 않아 업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현금으로 계산한 뒤 귀가했다.
이틀 뒤 A 씨는 회칼이 든 가방을 메고 식당을 다시 찾았다. A 씨가 업주 쪽을 바라보다 회칼을 꺼내는 모습을 다른 손님이 발견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가 식당 앞 화단에 버린 회칼을 압수했다.
지난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 씨에 대한 살인예비죄 혐의를 유죄 평결했다. 이에 1심은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여 A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남는다며 살해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앞서 1심은 A 씨가 체포 직후 경찰관들에게 "피해자를 죽이고 나도 자살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반복 진술한 점을 살해 목적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았다.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화가 나 피해자를 죽이고 무기징역을 살자는 생각이 들어 회칼을 준비해 식당에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 씨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두 차례 신고를 당한 데 이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화가 나 홧김에 죽이겠다는 말을 한 것일 뿐, 살해의 목적과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와 업주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무전취식 신고 외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음식값 문제로 신고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식당 주인을 살해하려 했다는 동기는 추측에 가깝다"며 "손님이 여러 명 있던 대로변의 24시간 식당을 살인 장소로 택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회칼을 소지한 채 피해자를 주시하다 칼을 꺼낸 점을 고려해 협박 의도가 있었다며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추가한 특수협박미수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형을 감경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과 판단을 달리한 점에 대해 "배심원 평결은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써,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는다"며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범행의) 목적과 고의에 대한 판단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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