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이 고소 어려워질 것"…형소법 개정으로 커지는 법률비용
"줄어든 검사 역할, 피해자 측 변호사가 대신해야"
유전 선임, 무전 비선임…사법 대응 양극화 초래할까
- 권진영 기자, 장시온 기자,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장시온 김민재 기자 =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3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법률 서비스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소 단계에서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라 강화된 고소인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제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전문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형소법 개정안은 수사 지연이나 권리 침해 등이 발생할 경우 고소인 등이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고소인 등은 이의신청을 위해 수사 기록을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검사와 면담을 신청해 의견을 펴는 것도 가능하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양홍석 변호사는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려면 수사 진행 상황을 평가·분석하는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며" 변호사가 하기도 어려운데, 일반인들에게 그런 권리를 인정해준들 행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검찰 역할 축소 역시 변호인 등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형소법 개정안이 인정하는 수사 주체는 오직 사법경찰관뿐이다.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잃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을 가진다.
경찰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1개월 안에 수사를 보강해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사법경찰관의 신청 또는 검사의 직권으로 1개월 범위에서 보완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보이스피싱 및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곽준언 변호사는 "검사의 역할이 줄어들면 피해자 측 변호사가 해당 기능을 대신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피해자가 직접 수사 보완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생활범죄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변호사 선임 비용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제도 변화로 인해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선임 수요와 수임료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곽 변호사는 "경찰은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 법정에서 어떤 부분이 쟁점이 될지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기존에는 검사가 그 간격을 메워왔으나, 그 역할이 축소되면서 수사 완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도 했다.
채권추심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A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앞으로는 변호사 없이 고소를 진행하기 불가능한 사건들이 많아질 것이다. 검사가 기소할 수 있게 수사단계에서 변호사들이 다 정리해 줘야 한다"며 "조금만 (사건이) 복잡해도 서류 폭탄과 쟁점을 방만하게 만들어 사건을 흔들기 좋다"고 쓴소리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형소법의 부작용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적 대응이 검토되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 중이다. 법령 공포 후 즉시 국회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으며, 일부 검사들로부터 청구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라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법 시행 후 일반 시민에 의한 헌법소원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며 "7대 범죄에서 제외된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사건의 피해자가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청구 사례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규정한 7대 범죄는 △가정폭력 △노인학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 △성폭력 △스토킹으로 구성된다.
7대 범죄에 속하는 사건은 검찰에 전건송치된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이나 주가조작, 마약 등 사회적 피해가 큰 범죄들은 제외되면서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형소법 개정안 보완책과 관련해 "후속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7대 범죄 범위 설정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가 최대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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