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안부 소녀상 철거' 집회 보호가치 낮아…집회금지 정당"

"학교는 학생들의 학습권 구현하는 공간…상시 보호해야"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법원은 학교 정문 앞에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촉구'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집회의 보호가치보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우선한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병헌 씨가 서울 성동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옥외집회·시위금지통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9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씨는 올해 1월 1일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위안부사기 중단 및 위안부상 철거 촉구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성동경찰서는 '학교 주변 지역에서의 집회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학교장 등의 요청에 따라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통고처분을 했다. 이에 김 씨는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처분이 헌법에서 금지하는 '허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입법자 스스로가 집회의 자유와 학습권이라는 두 기본권을 형량해 일정한 요건 하에 금지통고 또는 제한통고를 통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사전 허가 금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집회 예정일이 공휴일이어서 학습권 침해 우려가 없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는 공공성이 크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권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기본권 행사의 공간이므로 상시적으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점, 방학에도 학교로서의 기능을 유지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회 예정일이 공휴일이라는 사정만으로 학습권에 대한 뚜렷한 침해의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속한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부정·왜곡해 온 점도 고려했다. 김 씨가 배포한 홍보물 등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성적학대를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주장하며 성매매업 종사자를 비하하는 비속어나 성매매 관련 용어가 기재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함은 물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 전문의 정신과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표현으로 그 보호가치가 매우 낮다"며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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