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수사팀장 강제수사…'유착 관계' 장윤기 부친 처벌은

친족특례 적용되지만…'증거인멸 교사' 등 가능성도
검찰, 광산서·수사팀장 압색…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한민아 수습기자 = 검찰과 경찰이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과 수사팀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가운데, '훼손된 리얼돌'(성인용 인형)을 폐기한 의혹 등을 받는 장윤기의 부친 장 모 경감도 수사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현행법상 친족특례 규정에 의해 처벌이 어렵다고 보고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법조계는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수사팀장에 어떤 혐의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장 경감에 대한 법리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날 장윤기 부친에 대해 "형법상 친족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감찰 조사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공무원법·경찰공무원 징계령 등 징계 조치한다"고 공지했다.

현직 광주경찰청 소속인 장 경감은 아들인 장윤기의 살인 사건을 수사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으로부터 수사 정보를 전달받고, 아들의 주거지를 찾아가 리얼돌을 폐기한 의혹을 받는다.

리얼돌은 장 씨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중요 증거였다. 현직 경찰이 아들의 범죄 혐의를 은폐하거나 형량을 줄일 목적으로 공무상 비밀인 수사 정보를 취득하고, 일부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 경감을 곧장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증거인멸죄의 친족 특례를 담고 있다. 범죄자의 친족이나 동거 가족은 증거를 없애줘도 처벌할 수 없다. 공무상 비밀도 누설죄는 처벌하지만, 단순 취득은 처벌 조항이 없다.

경찰이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밝힌 것도 이런 법적 한계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중요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에 범죄 자체는 성립한다"면서도 "친족 특례로 형이 면제되기 때문에 징계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윤기 부친이 사법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그와의 유착관계가 의심되고, 또 다른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박 모 경감에 대해 검·경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장 경감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검·경은 신속하게 수사망을 넓혀가고 있다. 경찰 전날(6일) 박 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지검은 이날 광산경찰서 형사과 사무실과 박 경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박 경감은 장 경감과 수십 차례 통화하며 수사 정보를 넘겨주고, 장윤기가 범행에 사용한 차량(SUV)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공업용 묶음 끈)를 압수하지 않았으며, 동료 경찰이 채증한 차량 내부 영상을 지우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법조계는 박 경감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될 경우, 장윤기 부친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고 본다. 증거인멸죄는 친족 특례 대상이지만, 교사죄는 처벌 대상이다.

관건은 두 사람이 얼마나 '끈끈한 유착'을 맺었느냐에 달렸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박 경감에게 증거인멸죄와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입증된다면 (박 경감이) 증거를 인멸한 동기도 수사 대상이 된다"며 "장 경감이 (박 경감에게) 아들의 죄를 가볍게 하거나 은폐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는 게 인정된다면 (장 경감도)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증거인멸 교사뿐 아니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적극 견해도 있다. 재경지검의 차장검사는 "장 경감이 박 경감이나 수사팀을 속여서(기망) 압수물을 은닉하거나 폐기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