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도와줄게" 1900억대 사기 브로커 구속기소…의·약사 276명은 불기소
경찰 "의·약사도 공범" 송치…검찰 보완수사로 '선처'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병원·약국 개원 대출을 도와주겠다며 270여명의 의사와 약사들을 속여 1900억 원 규모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대출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대출브로커 A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의·약사 278명의 명의로 위조 잔고 증명서와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제출해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 보증서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의·약사 80명을 속여 560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보증서로 은행 대출을 중개하고 의·약사 151명으로부터 19억6000만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A 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만들고 포토샵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신용보증기금을 속여 1970억 원 상당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타냈다.
A 씨는 이 중 80명의 의·약사들에게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대출금을 6개월간 봉인해야 한다"고 속여 560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또 의료인 명의로 대부업체에서 대출금을 받기도 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불법 선물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에게 속아 '사기 공범'이 된 의료인들의 운명은 검찰 보완수사로 180도 뒤바뀌었다.
당초 경찰은 사건을 270건으로 분리해 송치하면서 의·약사 대부분을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의·약사 80여명을 직접 조사하고 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해 의료인들이 사실상 A 씨에게 이용당하거나 소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276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 중 3명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리고 나머지 273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의료인들이 대출금 1970억 원 중 1796억 원(91.2%)을 변제한 점, 일부는 A 씨에게 사기 피해를 입은 점 등도 고려됐다. 다만 예비창업보증 대출금을 개원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은 의사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조성된 공적기금의 공공성과 건전성을 해치는 공적자금 편취사범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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